선택의 기로에 설 때
작년, 함께 시청장배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함께했던 파트너 형님이
내년 동호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술 한 잔 얻어먹고 가볍게 한 약속이었는데,
그 약속이 이어져 내년 동호회 총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해야 할 일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내년도 체육관 사용 계약을 준비해야 하고,
각종 대회와 행사 일정도 미리 챙겨야 합니다.
전임 집행부로부터 업무를 인계받는 일도 있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들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지요.
비슷한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어
일 자체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들끼리의 ‘세’가 생기고,
무슨 일을 해도 불평부터 앞서는 분,
사소한 일로 의미 없는 언쟁을 벌이는 상황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은 내년에 함께 일하게 될 새 임원들이 모여
다른 동호회와의 통폐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잡혀 있습니다.
꼭 통합이 필요하냐는 의견과,
체육관 사용 여건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불만이
팽팽하게 맞서는 주제입니다.
어느 한쪽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들입니다.
이럴 때 '원칙'이 필요합니다.
동호회가 왜 존재하는지,
그 본래의 목적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모든 회원이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동호회를 통합해 새롭게 출발할 것인지,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 것인지,
혹은 해체에 가까운 선택이 되는 건
아닌지의 문제 역시 결국 이 목적에 비춰보면
논란에서 한 발쯤은 물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개인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논쟁이 길어질수록
감정이 앞서기 쉬운 자리일수록
원칙을 먼저 세워두면
말의 방향이 조금은 정리됩니다.
굳이 동호회의 일만이 아닐 겁니다.
삶의 방향과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혼선이 있을 때는
'원칙'과 '목적'을 떠올려 보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생각보다 그 질문 하나가 때론 큰 힘이 되지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뭔데?
삶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순간의 기분이나 감정,
눈앞의 여건에만 끌려가기보다
먼저 ‘원칙’을 떠올려 보겠다는 다짐입니다.
저도 압니다. '원칙'을 만드는 게 어렵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원칙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