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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다르지 않은 환경, 분명 달라진 일상

그만할 땐 다 그래요.

by 글터지기

밤새 글을 쓰는 꿈에 잠을 설쳤습니다.

꿈에서도 글 하나 쓰고,

또 다른 걸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또 하나를 쓰고 이런 식으로 한 다섯 편 썼습니다. 하하


중간중간 잠에서 깰 때마다

아아 이대로 출근만 하면 되겠구나 싶다가

아직 새벽 두 시네? 하며 또 잠이 들고...


그래서인가 아침 글을 또 쓰나(?) 싶고,

새벽 글은 건너뛰고 오후에 쓸까?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을 단톡방에 쓰니

역시 선임 글선배가 뼈를 때립니다.

"그만할 땐 다 그래요."


매번 듣는 말이지만

이만할 때는 다 그런 마음이겠지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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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하루를 살고 있는 요즘.


연말이라 여기저기 모임도 참석하고,

종이책 초고도 틈틈이 써가고,

월간 전자책도 준비하고,

배드민턴 동호회 총무를 맡아 체육관과

실무 협의를 또 해야 하고...


해야 할 일 목록을 쭉 적어 내려가다 보면
문득 이렇게 많은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 있나 싶어
헉, 하고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이렇게 바쁘고 혼란스러운 감정조차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느낌이 차오릅니다.


새벽을 흔들며 찾아오는 글의 꿈도,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해야 할 일들도,
결국은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작년과 분명히 다르지 않은 환경인데

마음이 달라져서인지 분명 다른 일상입니다.


내가 세상을 바꾼 것도 아닌데

세상이 온통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방향이 또렷해지면

걸음이 조금 흔들려도 결국 같은 곳을 향해 간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흔들리며 살고 있지만

그 흔들림이야말로 제 길을 만드는 일이라 믿습니다.

흔들린 만큼 더 단단해지고,

부딪힌 만큼 더 따뜻해지는 길 말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제가 연말마다 마음에 붙여두는 말을 꺼내 봅니다.


"다사다난 말고, 무사 무난한 연말연시가 되기를."


그 소망이 제게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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