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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23일, 야간 통행금지 해제

by 글터지기

1987년 12월 23일 0시를 기해,

대한민국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야간 통행금지가 공식 해제 됐습니다.


이는 한국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에 전시 치안과 안보를 이유로

도입한 제도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고,

군사정권 시기를 거치며 치안, 통제 수단으로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던 제도입니다.


이는 36년 4개월 동안 이어져온

국가 통제의 상징이 사라진 날이었으며,

일상의 밤이 다시 시민들의 것으로 돌아온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밤 12시가 되면 사이렌이 울리고,

정당한 사유 없이 외출한 시민은 단속의 대상으로,

'밤'은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은 '6월 민주항쟁'을 거치며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 체제의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 10월 개헌,

12월 대통령 직선제 실시로

이어진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야간 통행금지 해제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1987년 12월 23일,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를 전면 해제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심리적 해방감이었습니다.


통금 사이렌 없이 귀가할 수 있다는 사실,

허락 없이도 밤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일상적 자유는 이 사회가 민주주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1987년 12월 23일은

헌법 조항 하나가 바뀐 날도,

정권이 교체된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분명,

국가가 통제하던 '밤'이 시민에게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야간 통행금지' 동영상 캡처


https://namu.wiki/w/%EC%95%BC%EA%B0%84%20%ED%86%B5%ED%96%89%EA%B8%88%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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