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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서 꿈을 이뤄주세요

물리치료사의 몸 이야기(수면과 꿈)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표현이 하나 있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깨어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대한민국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해본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법한 말이다. 그때만 해도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시기. 당연하다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인식의 저변에 깔려 있어서 일까. 학생 시절을 보내고 난 지금에서도 만고의 진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성인이 된 지금, 내가 느끼는 바로는 우리나라의 밤은 참으로 길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새벽은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 허벅지를 볼펜으로 찌르고 눈을 뜨면서 꿈을 이루리라 마음먹었던 그 날의 시간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그때의 날들을 떠올리며 생각해 본다.


'정말 잠들면 꿈을 이루지 못할까?'

 어쩌면 우리에게 등한시되어버린 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의식 없이 자는 와중에도 꿈에서 선명한 상황들이 펼쳐지는지. 하늘을 날다가 바다를 횡단하기도 한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는 듯하다가도 어느덧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서있는다. 평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우리는 잠에 들고 나면 1단계의 가벼운 수면부터 4단계의 깊은 수면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 연결은 한 번의 과정으로 끝이 아니라 각 단계를 오고 가며 약 3에서 7회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얕은 잠과 깊은 잠을 오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잠에 들어 처음 깊은 수면에 들어가게 되면 뇌는 기억의 청소를 시작한다. 필요한 기억을 선택하고 해마라는 기억의 임시 보관소에서 신피질이라는 곳으로 보내어진다.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며 오랜 시간 생각해낼 수 있는 기억으로 남는 과정이다. 이후 얕은 수면으로 넘어오며 이 연결이 끊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이제 저장이 된 대뇌 피질과 다른 부위의 대뇌 피질이 자극되어 기억이 충돌한다. 이러한 충돌을 '꿈'이라 불리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펼치게 된다. 특히나 이 과정은 대뇌 기억의 이곳저곳을 연결하며 생각과 생각을 연결해 준다. 때문에 창의력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절차를 3번에서 7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야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있다고 생각한 우리 뇌에서는 기억을 정리하고 연결하면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즉 쉬고 있다 생각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은 필수이다. 잠을 자면서 머릿속을 정리한다. 공부를 하면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일단 자고 일어나는 것이 꽤나 좋은 해결법이 되어준다. 실제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잠을 깨기 위한 노력만이 아니라 잠을 자고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이다.


 학습이라는 것은 결국 기억에 적용 능력을 더해가는 과정이다.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학습 기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치료를 진행해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습득 능력이 떨어져 치료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세에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바로 깨어져 버린 잠이다. 재활을 하는 환자 분들께 해드리는 치료 중 하나는 수면의 주기를 정상적으로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뇌 손상으로 인해 상처 입은 머릿속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수면조차 원활하지 못하게 한다. 낮과 밤이 바뀌고 잠을 자지 못한다. 의식 수준을 유지하지 못해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어렵게 낮의 시간을 버텨보지만 다시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는 몸의 자세를 높여주어 몸의 무게를 이기는 근육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각성 수준을 유지하여 뇌가 깨어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은 약을 통해 환자를 돕는다. 다양한 치료가 이루어지며 밤에 편안한 잠이 든다. 이제야 상처 입은 뇌가 회복을 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우리나라는 잠이 부족하다.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빨리 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잠을 줄이는 것이다. 일을 해도 아침잠을 줄이며 해야 하고 주경야독, 삼당사락 같은 말이 미덕이 되었다. 심지어 여행을 가도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움직여야만 직성이 풀린다. 창의성을 중요하다 하면서도 정작 창의성을 갉아먹으며 우리는 성장하고 있었다. 잠을 갈망하면서도 만성피로에 쪄든 사회, 그것이 우리의 단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지금도 자고 싶어도 자지 못해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소중한 잠을 우리는 성공이라는 이유로 내팽개치고 있지는 않은가? 어차피 우리는 인생의 삼분의 일이라는 시간을 잠과 함께 해야 한다. 오늘 하루 힘든 시간을 보낸 당신.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열어줄 '잠'이라는 친구를 오늘 밤만큼은 마음 편히 초청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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