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뤼메 Nov 11. 2019

Welcome to Our House

2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더니

 졸업을 앞둔 4학년 마지막 학기.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머리가 아픈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당장 한 달 뒤에 캐나다연수를 가야 하는데 대학교 졸업 준비, 기말고사, 알바 문제에 기숙사 퇴거 후 원룸 방 찾기 문제까지 모든 게 한 번에 얽혀있던 날이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전화만 하면 울먹거리는 딸을 위해 엄마가 올라오셨다. 일단 원룸 방 문제는 걱정하지 말 것. 언니와 엄마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언니는 내가 살 원룸 방을 구해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캐나다에 갔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낯설었다. 좋은 홈스테이 맘을 만나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두 달간의 타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2시간이나 걸리는 출근길과 퇴근길. 영어로 인한 끊임없는 위축감으로 인해 얼른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한국에 가는 날 디데이만 계산하고 있던 날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한국행 디데이가 임박했다. 이미 언니에게는 일주일 전부터 한국에 돌아가니 기뻐하라고 설레발을 쳐둔 상태였다. 중국 경유를 거쳐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한국. 초췌한 물골을 하고 있는 내 앞에 언니가 나타났다.

중국 경유지에서 부서진 캐리어를 확인하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나 대신 캐리어를 끌며 언니는 말했다. 집에 가면 깜짝 놀랄 것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진짜 깜짝 놀랄 거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라고 했다. 무슨 설레발이 이렇게 심한가 싶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치워진 침대 위에는 언니가 한땀한땀 오려서 만든 Welcome to Our House라는 글자가 벽면 가득 붙어져 있었다. "동생아 집에 온 거 축하해!"라고 언니가 말했다. 비로소 집에 온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이 자매는 행복하게 살았느냐.


 일주일 뒤에 이 자매는 또 청소 안 하느냐고 싸우고, 내가 빨래 돌렸으니 네가 빨래 널라고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에 붙어 있던 Welcome to Our House는 계속 붙어 있었다. 우리가 다음 원룸 방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그 글자는 벽에 계속 붙어 있었다.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동생 이야기 들으며 시간 나는 틈틈이 손으로 한땀한땀 만들었을 그 글자가 웃기면서도 너무 좋았다.

이전 08화 원룸방을 습격한 벌레와의 사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