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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메 Nov 11. 2019

원룸방을 습격한 벌레와의 사투

제발 내 SOS 소리를 들어줘. 나를 구해줘

 나는 벌레를 정말 싫어한다. 오죽했으면 부모님이 전생에 벌레에게 큰 죄를 지었느냐고 할 만큼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벌레는 모기뿐이다. 벌레극혐증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그중 제일 최악은 단연 바선생(일명 바퀴벌레)과 거미이다.


 원룸을 구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벌레의 유무이다. 물론 내가 그 집에서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방을 옮길 때마다 최대한 신축 건물로 가고자 노력한다. 물론 매번 실패한다. 가난한 자취생에게 신축은 너무 비싼 건물이니까.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되는 상황의 대안은 무엇이냐. 벌레를 잡아줄 수 있는 자매와 함께 사는 것이다. 너는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벌레퇴치제 (찡긋). 그래서 개미 한 마리 못 잡는 동생과 싸울 때면 언니는 마무리 멘트로 이런 대사를 던진다. "나랑 따로 살게 되면 벌레나 나와라 바보야!"

나 두고 가지 마. 벌레 잡아주고 가. 엉엉

벌레와 관련된 일화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집에 있고 언니는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간 날이었다. 영상을 보고 있는데 벽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싸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용기를 내 고개를 돌렸다. 어마어머한 크기의 거미가 벽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엉엉 울며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제발 집에 돌아와 줘. 돌아와서 나를 구해줘. 결국 언니는 헬스장 도착 10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트레이너쌤에게 '아니 집에 거미가 나왔다고 전화를 해?'라는 말을 들으면서 말이다. 


 저녁에 볼 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계단을 타박타박 올라 5층에 도착했고, 층계단 센서등이 켜졌다. 그리고 발견했다. 바선생이 5층 복도를 휘졌고 다니는 모습을. 나는 현관문 근처는 가지도 못한 채 4층에 서서 바선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쪽으로 오면 도망가기를 반복하면서. 1시간을 4층과 5층 사이에 서 있다가 결국 1층으로 내려갔다. 근처 카페에 가 언니의 퇴근을 기다렸다. 


 나도 안다. 내가 벌레보다 100배 크다는 걸. 근데 덩치가 큰 거랑 무서운 거랑은 또 달라요. 크다고 용감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이다음에 언니랑 따로 살게 되면 언니 옆집이나 윗집에 살 것이다. 찰싹 붙어 살 거야. 아니면 앞집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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