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심
생각이 밀려오는데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
아침부터 기본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래서 출근길에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어떤 일부터 처리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옆에서 무언가를 요청한다. 그러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방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잊게 된다. 아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싶고 나의 휘발성 기억을 믿고 메모하지 않았구나 반성한다. 갈수록 지나가는 생각은 많은데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점심 식사 후에 대화에서 대부분이 '왜 있잖아, 그 남자?', '그때 사고 쳤던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등등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대화가 힘들다. 그래도 비슷한 또래이면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상황으로 '아, 맞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랬는데...' 등으로 대화가 이어지긴 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방법을 찾는다."
사무실에서 앞머리를 세우기 위해 헤어롤을 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길에 죽어버린 앞머리를 살리겠다고 사무실에 앉아서 헤어롤을 말고 있다. 아르바이트 학생은 배꼽티를 입고 온다. 다들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사무실에 대왕 헤어롤을 말고 있는 모습은 못 본 척하려 노력하지만 사무실 파티션 위로 튀어나온 헤어롤은 왠지 눈에 더 잘 보인다. 헤어롤을 보면서 나도 아침 출근길에 죽은 앞머리가 부활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준다. 누군가는 사무실이 도살장 같이 느껴졌는지 세상 다 포기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는 헤어롤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석규(김사부 역)처럼 '난 어떻게든 앞머리를 살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난 아무 말하지 않을 거야!"
성수동 카페에서 요란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본 아내가 우리 아이가 나중에 저렇게 입고 외출한다면 뭐라고 말할 거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한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아내도 아이가 이런저런 옷도 입어보고 실수도 하고 점점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 예쁘게 옷을 입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하긴 내가 뭐라고 해봐야 기분만 나쁠 텐데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지적질해 봐야 지적질하는 사람도 지적질당하는 사람도 서로 기분만 나쁠 뿐이다. 내가 할 일은 지적보다는 격려와 지지가 아닐까 하는 날이다.
타인과 비교는 금물 p.37
지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득 보다 실이 더 크다. 이런 경우 오히려 잘하고 있는 부분을 칭찬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조언해 주는 것이 좋다.
《세대를 초월하는 부의 마인드》(세렌시아, 북스고, 2024.04.26.)
실수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칭찬해 주어서 더욱 잘하게 유도하고 가끔 모자란 부분만 조언하는 것이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 싶은 날이다. 가끔 당황하는 일이 벌어지지만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해결 못할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오늘따라 내가 말하면서 기분이 나쁠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꼭 해야 할 말만 하는 게 어쩌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고서의 오타가 늘어간다. 왜 나에게 보이지 않던 오타가 다른 사람의 손에 가면 잘 보이는가 싶다.
"저도 지적보다는 칭찬으로 격려하면 더욱 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