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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l 15. 2024

출근이 기다려지는

출근보다 더위가 더 무서운 여름날

평소 월요일 출근하기 싫었는데 오늘은 출근이 좋다.


"왜 새벽부터 나오고 그래요?"

출근했는데 먼저 나온 사람이 있다. 너무 일찍부터 출근하는 거 아닌가 싶어 질문하니 더워서 일찍 출근했다고 한다. 그렇다. 직장에서의 괴로움보다 무더위가 더 무서운 날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샤워하고 옷을 입었는데 땀이 흥건하다. 사실 나도 오늘은 시원한 사무실로 출근이 기대된다. 생존을 위해 출근하는 데 오늘은 시원한 직장이 나를 살려주는 기분이다.


"인사발령 들었어?"

아침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발령에 사무실 분위기가 혼란스럽다. 회사에서는 인사가 만사이지만 인사가 기대처럼 희망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사내정치도 혼탁하고 내부 여론도 흉흉했다. 누군가에 대한 비난은 쉽지만 희망을 불어넣는 게 힘든 현실이다. 잘 돌아가려고 애쓰는 보람보다는 까이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게 망하는 조직의 분위기가 아닐까 아쉽다. '너를 잘 되게는 못해도 너를 끌어내릴 수 있어.'라는 말이 통용되는 조직에서 나의 선택은 고슴도치처럼 몸을 최대한 웅크리는 게 아닐까 싶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인생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즐거운 일이 추억이 되어서 살만하게 돌아간다.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배우게 된 것들이 인생의 태도가 되어 나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모든 운동에서 장비빨은 일시적이지만 폼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바른 자세로 바른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려고 삐뚤어진 마음을 다시 가다듬게 된다. 머릿속에서 누아르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선우 역)처럼 누군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지만 머리를 흔들고 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의 살인을 반성한다.


14 칵테일과 마작, 뒤라스와 탕웨이 p.139

초보자 경험이 유용한 이 한 가지 더. 그것은 기특하게도 사소한 기능을 남겨준다. 겨울이 오면 나는 다시 칵테일을 만들고 마작을 칠 계획이다. 그 시간이 다음 봄이라면, 여름이라면 또 어떤가. 어차피 내가 모르는 날들을 살게 될 텐데.

《또 못 버릴 물건들》(은희경, 난다, 2023.08.31.)


삶의 갈등 관계에서 누군가는 어른이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양쪽 모두 아이와 같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의 문제는 무더위에 묻어두고 시원한 에어컨으로 날려버린다. 모든 것은 정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믿는다. 시원하게 사무실에서 더위를 피하다 보면 여름도 어느새 지나갈 것이다.

"오늘의 문제는 잘 해결되겠지, 아니면 내일이나 모레이면 해결되겠지, 아니면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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