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후 1개월 간 정말 효과를 많이 봤다
불안을 다스리고자 도착한 발리에서도, 몇일간은 좀처럼 불안이 가시지를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마법처럼 짠, 하고 낫기를 바란게 잘못이긴 하지만, 새벽부터 불안감에 몸서리치다가 8시 반쯤 꾸역꾸역 일어나서 명상 음원도 틀어놓고, 밥도 먹어보고, 팟캐스트를 들어도 나아지지를 않았다. 하지만, 아래 6가지 방법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다보니 확연히 나아졌다.
요가원에서도, 요가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 명상 등을 같이 배울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이 온도 높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아서, 통제하기가 힘들고 불쑥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아래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불안을 잘 다룰 수 있기를 :)
호흡에는 여러가지 기법이 있는데 나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호흡법을 소개한다.
4초 정도 숨을 들이쉬고, 4초 참고, 4초동안 천천히 숨을 내쉬고, 또 4초 참는다. 사람마다 호흡량에 따라 3~6초 정도로 자유롭게 조절해서 실천하면 된다. 이렇게 한 3번만 반복해도 온 몸에 산소가 도는게 느껴지면서 저릿한 감각이 느껴지는데, 몸의 긴장도가 훨씬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호흡에서 이완을 담당하는 부분은 숨을 내쉬는 부분이다. 필요하다면 숨을 내뱉는 과정을 더 느리고 길게 가져가면서 몸이 풀리는 기분을 느껴도 매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호흡에 대한 부분은 요가원에서도 강사분들이 입이 닳도록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Breathwork 라는 호흡운동 세션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이 외에도 Breathe of Fire (불의 호흡) 이라는 아주 판타지스러운(?) 이름의 호흡법도 있었는데, 이건 숨을 매우 빠르게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는 기법이다. 이것 역시 몸에 피가 빠르게 돌면서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호흡만 잘해도 불안을 정말 많이 가라앉힐 수 있다.
첫 번째 회사를 다닐 때, 가끔 일이 버겁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면 쉬는 시간을 틈타 잠시 밖으로 나가 호흡을 하고는 했다. 그 때 한창 명상앱을 애용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는데, 10분 짜리 명상 세션을 틀어놓고 햇빛 아래 벤치에서 호흡을 반복하고는 했는데, 이 짧은 시간 안에 불안과 스트레스가 빠르게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항상 들어오던 ‘떨리면 심호흡 해’라는 말을 풀어 헤쳐서, ‘어떻게 제대로 호흡을 하는 게 좋은지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6가지 방법 중에서도 이 첫 번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내가 지금 온통 골몰하고 있는 그 문제로부터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이건 특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안'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효과적이다. 그래서 그 전에 불안의 원인을 구분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나눠서 적어보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해결방안을 생각하고, 미루지 않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이 될 수 있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불안이 과다해질 경우 이 Distraction을 을 활용하면 좋다. 의식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역시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불안하다면 그 사이에 재밌는 영상을 시청하거나, 통화를 하는 등, 내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줄만한 다른 일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이것도 불안 요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 아주 중대한 문제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피하고 무서워하다가 커지게 된 불안이었다. 그럴수록, 그것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 찾아보고, 노출을 늘리면서 ‘아,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서운 게 아니었구나’를 깨달으면서 불안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위에 예를 들었던 장거리 여행에 대한 불안같은 경우라면, 이동 시간을 10분, 20분 이런 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좀 더 심리상담스러운 방법인데, 3 column technique 이라는 방법이다. 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생각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글로 써서 눈으로 보는 방법이다. 총 3개의 열로 이뤄져 있고, ‘내가 지금 하는 부정적인 생각’,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인지 평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기’ 의 3단계를 거친다. 예를 들어,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그건 너무 일반화한 생각이다‘ 라고 쓰고, ’나는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잘 해 (혹은 들었던 칭찬들을 적어볼 수도 있겠다)‘ 이런 식으로 3개의 칸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머릿 속에서만 떠다니던 생각을 글로 적어놓고 나면 복잡했던 머릿 속이 진정되는 동시에, 그 생각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냥 허무맹랑하지 않더라도, 눈으로 보고 나면 해결책을 찾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그리고 불안해도 괜찮은 상황, 불안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매일 같이 하는 것이 어렵지만, 강렬하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때만이라도 한 번씩 적다보면 나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친언니가 알려줘서 알고 있던 방법이긴 하지만 자주 실천하지는 않았었는데, 직전 회사에서 심리 상담 받을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또 알려주셔서 다시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더 복잡하게는 6 column, 8 column 까지도 있는 것 같은데, 3칸짜리만 잘 써도 성공이라고 본다.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불안을 가라앉히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불안하면 우리의 심장은 빠르게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이 때, 가볍게 달리기를 하는 등 지금 당장 바로 할 수 있는 운동을 통해 심박수를 올리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신체 반응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면 이게 ‘불안해서’ 뛰는 건지, ‘운동해서’ 뛰는 건지 헷갈리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된다. 격하게 운동을 하고 떡실신(?)하는 것도 좋고!
자연에는 참 묘한 치유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집에 초록초록한 식물들을 많이 들여놓기 시작한 것도,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근처 공원이나, 화분의 식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확 트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같은 경우, 공원이 그리 가깝지 않은 곳에서 자취를 오래 했었는데, 그래도 틈틈이 버스를 타든 자전거를 타든 해서, 수목이 우거진 공원까지 꾸역꾸역 가서 풀냄새를 실컷 맡고 오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매일같이 콘크리트 벽에 갇혀(?) 지내는 건 인간 본연의 본성과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써, 자연과 맞닿아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정신건강에 필수적이다.
불안감에 몸서리치는 당장은 정말 힘들다. 나도 엄살 조금 보태서 거의 죽는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격한 불안은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봤던 것 같다. 뭘 해도 불안하고, 안해도 불안하고, 숙면하고 있을 때 빼고는 계속 불안했던 것 같다. (수능 직전 날에도 못 느껴본 불안이었다.) 하지만 우리 몸은 결코 빨리 뛰는 심장을 오랜 시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금방 괜찮아지는 방법을 배워낸다. 이렇게 하나하나 스스로에게 효과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기록하다보면, 우리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