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구함 이야기
제목부터가 인상적인 책이다. 반려공구라니... 우리집 신발장 서랍 한켠은 나의 공구로 가득 차 있다. 그저 그런 공구라고 생각했는데, 공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집에 공구하나 없는 사람은 드물다. 하다못해 드라이버 하나쯤은 누구나 집에 구비하고 있을 것 같다. 공구의 범위를 조금 넓혀 본다면 커터칼이나 가위도 공구의 범주에 들어갈 테니 누구나 집에 공구 하나쯤은 곁에 두고 살아가는 셈이다.
이 책은 그런 공구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둔 책이다. 공구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담이 담겨져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공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무언가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년 시절 부터 프라모델을 만들었고, 좀 커서는 라디오 제작 키트를 구매해서 아버지의 인두기를 빌려 기판도 만들고 했었다. 지금은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랍 한켠을 공구함으로 만들어 뒀다. 가끔 공구함을 열어보면서 여기에 전동드릴이 추가되면 참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공구란 어떤 일이든 시도해볼 만하다는 용기를 주는 공구다."
공구는 참 매력적인 도구다. 손에 쥐고 있으면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안겨다 준다.
집 화장실 세면대의 배관이 막혀서 물이 잘 안내려 갈 때 몽키패너 하나만 있으면 관을 해체해서 구멍을 청소할 수 있다. 조립식 선반을 구매해서 거실에 펼쳐놔도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조금 손이 아플 뿐이지 곧 만들어져 있을 선반을 상상할 수 있다. (드릴이 있으면 더 빠르겠지만...)
공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보여준다.
우리집에는 공구함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내가 간단한 집수리나 가구를 조립할 때 사용하는 조금 덩치가 있는 공를 모아두는 곳이다. 여기는 망치나 몽키스패너 다양한 종류의 볼트와 너트, 이케아에서 사온 작은 공구함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들과 취미생활을 즐길 때 사용하는 공구함이다. 아들이 7살정도 되었을 때 작은 프라모델 키트를 선물해주었다. 함께 프라모델을 시작하면서 만들어둔 작은 공구함은 당시에는 니퍼와 줄, 커터칼 정도만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취미의 영역이 프라모델에서 미니사구로 옮겨져 가며 이 공구함도 덩달아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핀셋도 들어가고, 볼트와 너트를 체결하기 위한 복스드라이버도 구비했다. 차량의 바퀴 휠을 뚫기 위한 1.8mm 핀바이스, 플레이트에 접시머리나사를 삽입하기 위하여 싱킹용 비트도 있으며, 작은 부품들을 쉽게 잡기 위해 롱노우즈 펜치도 채워 넣었다. 공구함을 하나하나 채워가다보니 관록있는 미니사구 유저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현실은 아직도 무관의 초보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실적없음에도 이 취미가 흥미롭다. 책상 위에 컷팅 패드를 깔고, 수정하거나 새롭게 튜닝할 미니사구 차량을 올려둔 뒤 공구함을 열때 무척이나 설레인다. 퇴근하였음에도 나를 쫓아오는 업무의 여운이 공구를 들고 집중해서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 순간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내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몰입감 때문인데, 공구를 드는 순간은 등산할 때 내 걸음에 집중 하듯이 오롯이 나와 내 앞에 있는 작업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작업을 마치고 완성된 차량이 내 앞에 있을 때 찾아오는 소소한 성취감 역시 뿌리치기 힘들다. 내 손에 공구와 재료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은 쉽게 내칠 수 없다. 이런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내 취미생활은 아마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