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충만 Oct 06. 2021

만족감을 업하는 환영의 3가지 비법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 챕터 4 - 환영 편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 이하 '스스')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누구든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들어 세상에 알릴 수 있습니다.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는 만 매니저가 스토리스튜디오의 운영자로 일하며 발견하거나 깨달은 여러 팁과 가이드를 함께 나누기 위해 쓴 글입니다. 청소년 공간의 운영자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더 좋은 비법은 언제나 댓글에 편하게 남겨주세요 :)  




우리의 경쟁상대는 ㅇㅇㅇ이다


최근 유명한 기업들의 경쟁상대를 다룬 인터뷰 기사가 자주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넷플릭스의 CEO는 수면이 자신들의 경쟁상대라고 밝혔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디즈니나 아마존 같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일 거 같지만 오히려 간밤에 고객이 했던 모든 것이 다 경쟁상대라고 합니다. 인간의 시간에는 한계가 있는데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차지해 즐거움을 주는 게 넷플릭스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토리스튜디오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요? 비슷한 청소년 공간을 운영하는 곳일까요? 청소년들이 여가 시간에 한 모든 활동입니다. 청소년들은 참 바쁩니다.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곳으로 꽉 짜여 있죠.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은 희귀합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스토리스튜디오는 1년 만에 2,2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1만 시간이 훌쩍 넘는 작업시간을 제공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의 시간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걸까요? 핵심은 고객 만족입니다.



스토리스튜디오를 찾는 청소년이나 보내는 부모님 모두가 만족해야 공간을 계속 방문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청소년과 부모님이 만족하는 포인트는 다릅니다. 따라서 각자에게 맞는 만족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오늘은 식상하지만 가장 확실한 '인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인사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만날 때 하는 인사 '환영'과 헤어질 때 하는 인사 '배웅'입니다. 환영과 배웅의 상황은 하루에도 스토리스튜디오 안에서 수차례 발생합니다. 이때 운영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끌 수 있기도 합니다. 바로 다음 예약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인사만 잘해도 하루가 수월해지고 만족감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딱! 3가지만 하면 됩니다. 

 

1.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어주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운영자가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가 왔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공간에 아이들이 넘쳐 날 때는 이미 온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새로 온 아이들이 눈에 안 들어오죠. 공간이 너무 넓거나 직선이 아니라 입구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운영 인력이 많지 않아 입구 쪽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입구에서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처음 오는 아이들은 낯선 공간의 두려움을 잔뜩 가지고 긴장한 채 들어오게 되죠. 자주 오는 아이들도 마치 주인 없는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불편함을 안게 됩니다. 제아무리 잘 쓴 문구와 깨끗한 디자인으로 안내문을 붙여 놓아도 뻘쭘하기 마련입니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만족감은 뚝뚝 떨어지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불쾌함이 싹트죠. 


이럴 때 멋진 작업복으로 말끔히 차려입은 운영자가 함박웃음을 띄고 냉큼 달려와 '안녕하세요'라며 맞아 준다면 그것만큼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없습니다. 스타벅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직원이 주문받는 곳이 왜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허락의 의미, 내가 정식으로 이용자가 되었구나 하는 안전함이 공간 안에서 활개 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렇다고 운영자들에게 '긴장하자'는 채근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띵동'하는 벨은 공간의 톤과 맞지 않으니 운영자들이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스스는 캘린더를 활용해 대략적으로 아이들의 예약 시간과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합니다. 몇 시에 아이들이 많이 오니 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인력을 배치하는 식이죠. 더불어 노련한 운영자는 캘린더만 보고도 하루의 분위기나 아이들의 조합에 따른 공간의 느낌까지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두루 쓰임이 많죠. 




2. 스스러의 닉네임을 불러주기


고등학교 때 교장선생님은 전교생의 이름을 다 외우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진짜 이름을 다 외우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도에서 교장선생님을 마주치면 '저 누구게요'를 시전 하기도 했죠. 저도 복도에서 교장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며 성적 이야기를 꺼내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몇 안 되게 기억에 남는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바로 교장선생님입니다. 그만큼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것은 중요하죠. 


"어, 제 이름 아세요?"


환영하는 과정에서 먼저 아이들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불러주면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좋아합니다. 특히 한 두 번 정도 방문한 친구들에게 이름을 불러주면 나도 이 공간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풀어집니다. 닉네임은 어떻게 정하게 된 것인지 이름은 무슨 뜻인지 등 좀 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작업으로 이어질 연결고리를 찾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신규 회원들이 점차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장치가 필요합니다.


스스는 운영자 자리 뒤편 화이트보드에 그날 방문하는 아이들의 닉네임을 써놓습니다. 처음 오는 아이들인지 몇 번 온 아이들인지 구분해 놓으면 더 쉽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순간 아이들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나도 벽을 보고 바로 이름을 파악할 수 있고 쓰다 보면 손이 닉네임을 외우기도 합니다. 예약 없이 방문한 경우에도 최후의 보루처럼 체크인 시스템에 닉네임이 나오니 차분히 기다렸다가 닉네임을 보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3. 간단한 안부를 묻거나 이전에 했던 작업을 떠올려주기


잘 지냈냐는 말은 어쩌면 할 말 없을 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방문한 친구들에게는 안부를 묻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냈냐는 대화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생겼는지 먼저 꺼내기도 합니다. 운영자들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작업의 물꼬를 틔워주는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마주칠 때마다 변함없이 안부를 묻는 마음을 좋아해요."  


또한 청소년 시기는 워낙에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별 일 아닌 거처럼 보이는 일이 온 세계를 잡아먹을 듯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변함없이 내 안부를 물어주는 기복 없는 어른이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큰 위안이나 숨 돌릴 곳이 되기도 합니다. 작업에 집중하려면 안정감이나 안전함을 깔고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변함없음의 다른 말들이기도 하죠. 


또한 인사할 때만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이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부자연스럽게 혹은 부담스럽게 다가가 대화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경우에는 몇 배나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죠. 특히 아이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길 원한다면 이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시험 준비 때문에 아주 힘들어하면 새로 들어온 웹툰을 소개해주며 쉼의 시간을 갖게 해 준다거나 가족들과 어디 놀러 갔다 왔다고 하면 바캉스와 관련한 다른 친구의 작업물을 안내해주기도 합니다.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을 알게 되었다면 유사한 애니메이션은 어떤 게 있는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면 짧은 대화에도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했던 이 작업 어떻게 마무리됐어요?"


특히 이전에 했던 작업을 기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 아이가 부드럽게 공간에 안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전 활동을 통해 연속성을 가지고 공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전에 가졌던 좋은 기억과 편안함이 되살아나 공간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죠. 




결국 아침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앞서 이야기한 3가지 비법은 운영자의 감이나 기억력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오픈하기 전 시간을 활용해 장치들을 돌려야 합니다. 이 시간에 물리적인 오픈뿐만 아니라 캘린더를 만들고 예약판을 업그레이드하고 아이들의 최근 작업물과 관찰 기록을 살펴보며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노련한 운영자가 되기 위해 하루의 흐름을 파악하고 힘을 줘야 할 때와 아닐 때를 봐 두기도 하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여유롭게 맞이하는 환영과 허둥지둥 맞이하는 것에는 디테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촉이 예민한 어린 고객들도 이를 단번에 알아채죠.  


사실 운영자가 오픈하기 전 시간을 충분히 빼는 것은 쉽진 않습니다. 그나마 스토리스튜디오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서 20명 내외가 최대 인원이지만 하루 100명 오는 곳들은 세세한 맞이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뿐인가요. 코로나로 인해 출입 기록이며, 체온도 재야 하고, 손소독제도 뿌려야 하는 등 여러 중차대한 행정 임무가 환영 과정에 뒤섞여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요? 공간의 크기나 방문하는 아이들의 규모, 운영인력 상황에 맞는 적당한 장치들을 계속 고안해야 합니다. 목표는 하나,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손님은 작은 것들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작은 것이 모여 결국 손님에게 기억됩니다."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김윤정, 2020)>


고기리막국수를 드셔 보셨나요? 저도 먹어보진 않았지만 얼마 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외진 마을의 하루 한 그릇 팔던 국숫집이 하루 1,000명이 다녀가는 유명한 맛집이 된 비결을 담은 내용입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작은 부분까지 배려하는 정교함, 손님의 마음을 얻으려는 태도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손님의 행동과 말씀에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의 소리까지 듣고자 손님 간의 대화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거기에 손님이 식당에 오셔서 음식을 맛보고 식당에 대한 어떤 정서와 의미를 담아가시는지도 세심하게 살피고자 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손님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스토리스튜디오가 떠올랐습니다. 결국 스토리스튜디오나 청소년을 만나는 모든 공간의 운영자들은 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너무 바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시간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이야기한 환영의 과정에 담긴 별거 아닐 수 있는 작은 디테일들을 쌓아가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어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이죠. 


자 그럼 <청소년을 만나는 운영자들을 위한 비법서>의 네 번째 챕터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부모님의 마음을 얻는 '배웅'의 3가지 비법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만 매니저 드림.




>> 스토리스튜디오가 궁금해졌다면?


>> 지금, 스토리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는 방법:

1) 스토리스튜디오 인스타그램

2) 스토리스튜디오 공간 방문 예약하기





>> 지난 비법서 다시 읽기



[비법서: 챕터 3 - 칭찬 편]


[비법서: 챕터 2 - 음악 편]


[비법서: 챕터 1 - 첫방문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