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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가 Sep 09. 2024

후배야~오늘부터 나는 너의 팀원이다

2화

나는 그렇게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첫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자마자 내가 후배 팀장에게 먼저 가서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회사 조직 개편 후 내가 맡았던 팀은 사라지고 후배 팀에 흡수 합병되었다. 내 팀장이 된 사람은 그동안 잘 알고 지냈던 후배였다. 같은 조직에 속해 있었고, 평소 나에게 형/선배라고 불렀던 후배였다.


 팀장. 이제 오늘부터 나는 너의 팀원이다. 내가 이렇게 반말을 하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야. 이 회의실 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나는  팀장에게 높임말을 사용할 거야”


면담 (@copywright by 늘작가)


“아니,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이도 한 참 위인데요.”


팀장도 잘 알겠지만 회사는 친목 집단이 아니고 철저히 직급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야. 내가 팀장 팀원인데 반말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긴 하지만 저에게 높임말 하면 서로 불편할 텐데요?


“부탁이야. 내 의견 들어줘. 그래야 마음이 편하고, 더 솔직하게는 내가 이 회사 계속 다닐 수 있어. 내가 팀장에게 반말하면 윗사람들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알고 있잖아? 내 꿈이 이 회사 정년 퇴직인 것을..."


정년퇴직 (출처 : 동아일보. 23.10.17)


“네, 그렇겠네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고 또 하나 나 이제 팀장 아니니 팀원으로 대하고 일 부담 느끼지 말고 다 시켜. 사원이나 대리급 일도 다 할 각오되어 있다. 당장 30년 전 신입사원 시절에 했던 세금계산서 끊는 일부터 다시 할 생각이야.”


“에이, 그런 일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팀 후배 시키시면 되지요”


“내가 팀원인데 누굴 시켜? 그럴 각오하지 않았으면 명퇴 거부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후 후배 팀장도 앞으로 이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서 조언을 해주고 미팅을 마무리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늘작가는 이 후배 팀장 밑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이 날 이후 지금까지 그날 했던 내 약속 계속 지키고 있다. 단 한 번도 반말/평어체 사용한 적 없다. 그런데 후배 팀장은 나를 선배님으로 불러준다. 고마운 후배 팀장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부끄러운 것 아니고 당연한 것이다. 나는 이제 부장 팀장이 아니고 부장 팀원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내 위치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견장 떼고(군대 용어) 백의종군으로 일할 각오와 행동을 해야 한다.


나의 길을 따라오려고 하는 후배님들께 조언드린다. 명예퇴직 거절하고 정년퇴직으로 가는 길 만만치 않다. 만약 본인이 이렇게 살아갈 각오가 없으면 이 길을 걸어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나의 부장 팀원 생활은 시작이 되었다.


부장(@copywright 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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