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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31. 2020

하루 집밥 3번은 무리입니다.

“엄마 배고파요” 


불타는 금요일 우리 부부가 즐겨하는 취미생활은 애들을 재우고 둘이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렇게 금요일밤 늦게 잠자리에 들고나면, 토요일에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나를 일으키는 한마디는 아이들의 배고파요 소리다. 둘째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해야지 내가 일어나는지를 알아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이런 소리를 한다.     


주말은 어떤 의미인가? 주중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에게 쉼을 허락하는 공식적인 요일이다.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직장인, 사회인들. 학교에 주중에 열심히 다니는 아이들 조차도 주말을 기다린다. 빨간날에 대한 기대감은 아이들과 남편에게는 쉼이고, 주부인 나에게는 쉴 수 없는 날이다.    


그런 주말이 전업주부인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온다.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지고 삼시세끼의 밥을 차려내야 하고, 텅 비어 있던 공간에 식구들이 복작거리니 할 일은 배로 늘어나는 주말이다. 식구들 각자 모두가 늘어지고 잠옷을 입고 늘어져 있는 주말이 나에게는 그저 일거리가 2배로 늘어나는 시간이다.


 식사시간도 그렇고 세탁물도 그렇고 그래서 주말이 되면 집을 나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집을 나서야 어디서라도 식사할 핑계를 만들고, 밖에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잠자리에 일찍 드는 아이들 체력 소모용이랄까. 그래서 밖에 나가고 싶다. 

일단 집안일 이라는건 눈에 안 띄어야 안 할수 있으니까.     


주부인 나에게는 어쩌면 평일의 집이 더 주말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각자 가야 할 곳이 있는 식구들은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아침시간에 나가서 누구는 오후에 누구는 저녁에 돌아 오는곳 그런 곳이 집이다. 모든 식구가 나가고 혼자 있는 시간의 집이 나에게 쉼을 허락해 준다. 그 시간의 집이 나에게는 쉼이지, 쉴 틈 없이 바쁜 주말에는 집이 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일기라는 책을 통해 부모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을 질문을 통해서 알아보는 놀이를 밤마다 하고 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것과 아이들 느끼는 것의 갭차이는 경험치에서 나온다는걸 알았다. 그렇다고 그 경험의 많음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니다.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질문의 답은 무척 간단하고 명료한데, 많은 경험으로 인해 답을 비껴 가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삶을 돌아보려면 이런 무의 시간이 있어야 기억도 더듬어 보고, 생각의 회로도 돌아가니 말이다.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에 있으면 나의 시야는 그 쳇바퀴 속에 머무르므로 그냥 보이는 것만 보게 되고, 하게 되는 것만 하게 된다. 


혼자만의 시간에 책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시각을 보게 된다.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 할때는 이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수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말은 우리 가족에게 혼자 있지는 않지만, 일에서 공부에서 벗어나 뇌를 쉬게 해주는 시간인 것이다. 평일에 하지 못하는 온가족이 탄천산책하기, 소소한 분식을 앞에놓고 일상사 이야기 나누기, 주말저녁 아이들이 원하는 보드게임 한판이 다음주를 살아가는 힘을 주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주말에 몸이 힘들면 안 되니, 한끼 정도는 외식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남편. 생각만으로도 참 고맙다. 가족의 쉼을 위해 주말의 분주함을 즐거움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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