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의 기준 변화
남편과 저는 10년 이상의 직장인이었고 둘의 소득을 합치면 꽤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5개월 전 남편의 권고사직 이후 소득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남편의 실업급여가 있긴 했지만 이전 월급에 비하면 훨씬 적은 금액이었고 주식으로 실현하는 수익은 월급처럼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비 패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살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좌절감보다는 이 상황에 맞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결국에는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잘 타개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소비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어요.
[소비의 기준]
건강, 교육, 미래 발전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영양제, 책 등)
# 구체적인 실행_남편의 소비
남편은 기존에 다니던 크로스핏 등록 기간이 끝나자 대신 공원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떠나서 러닝이라는 운동의 장점을 아는 저는 남편에게 적극 러닝을 추천했습니다.
9월 1일이면 뭐든 새로 시도하기 딱 좋은 날짜 아니냐며 딱 두 달만 해보라고 제안했습니다. 남편은 러닝을 평소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썩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던 것만 하지 말고 새로운 것도 해보고 경험의 범위도 넓혀가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라는 저의 말에 남편은 러닝화를 신었습니다. 저도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나가서 남편이 러닝 할 동안 산책을 하며 남편과 마주칠 때마다 응원했습니다.
러닝을 마치고 후기를 물어보니 할만하긴 한데 좀 지루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저는 이어폰을 사라고 했어요. 남편이 기존에 사용하던 굴전도 이어폰이 고장 났는데 새로 사려면 20만 원 정도는 든다고 했습니다. 안 사도 된다는 남편에게 저는 꼭 오늘 중으로 사라고 했어요.
남편이 러닝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러닝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계속하기 위해서 이어폰이 도움 된다면 그건 아끼지 말아야 할 항목에 들어갑니다.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투자 비용 대비 크다는 확신 때문이에요.
# 구체적인 실행_나의 소비
저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소비하지 않기로 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옷이나 신발도 쉽게 사고했을 텐데요. 거의 반년 동안 한 두벌 이상의 옷은 사지 않고 있습니다. 없어도 살아가는데 문제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이에요. 구매 욕구를 억지로 참는 건 아니고 내 소비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요도를 인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졌어요.
대신 최근 임신 24주 중기에 들어서면서 발생한 건강상 증상 개선에 필요한 아이템은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임신하면 릴랙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로 관절이 느슨해진다고 하는데요. 저도 최근 손목, 손 마디마디 통증이 생기면서 통증 완화에 도움 된다는 파라핀 기계를 10만 원 주고 구입했어요.
점심시간마다 혼자 들리는 중고서점에서의 책 구매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내면을 다니고 나를 발전시키면 그 효과가 미래에 보여줄 저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산후조리원은 고민 끝에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처음 산후조리원 가격을 안순 간부터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2주 머무는데 시설이 보통 수준인데도 최소 350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을 보고 너무 거품이 심하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대신 친정어머니께서 도와주시기로 했고 남편과 함께 미리 아기 목욕법, 수유 등에 대해 공부하여 직접 해 볼 예정입니다.
출산 후 산후 마사지, 산후 운동 등 회복에 필요한 활동 비용에는 투자할 예정이에요. 건강한 몸으로 빠르게 회복해서 아기도 잘 돌보고 저의 삶도 다시 살아야 하니까요.
남편은 조리원에 가지 않거나 아끼는 저의 모습을 보며 괜히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전혀 미안해할 일이 아니에요. 살다 보면 얼마든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어떻게 대처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인생 자체가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그 안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 안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잘 헤쳐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여보,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여보는 그저 지금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잘 극복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집중하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