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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에게 전하는 마음 ep2.

가족이 있다는 것

by 애지

호두야, 안녕. 오늘은 호두를 만난 지 21주 5일 차란다. 어제는 시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온 가족이 출동했어.


한바탕 큰 행사를 치르면서 가족이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단다.


시댁 집안의 행사인만큼 시댁 식구분들을 많이 뵈었는데 이전에 시동생의 청첩장 모임 겸 한 번 다들 모인 적이 있어서 처음의 생소함보다는 아는 얼굴에 대한 반가움이 컸어. 다들 호두의 안부도 물어봐 주시고 좋은 기운도 많이 주시고 따뜻한 눈빛과 인사말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어. 다들 서로 오랜만에 만나서 웃고 떠들고 반갑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기분 좋아지는 장면들이었단다.


특히, 고모님은 거의 80이 넘은 연세이신데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나이 지긋한 남동생들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대화하시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신 듯했어. 정말 보기 좋더라.


호두 할머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 호두 할머니와 가장 친하던 여자 형제 이모는 서울에 계셨는데 병 투병으로 돌아가신 이후로 호두 할머니가 굉장히 힘들어하셨었어. 하지만 최근에는 목포에 사는 할머니의 언니와 매일 통화도 하고 서로 안부도 묻고 하면서 아름다운 자매애를 이어가고 계시지. 직접적인 혈육과 친인척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


참! 그리고 어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호두의 외할버지, 엄마의 아빠를 만난 거야. 얼마 전 엄마 생일 겸 아빠의 칠순축하 겸 집에서 가족 모임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는 언제 봐도 너무 반갑고 보고 싶은 존재야. 아빠를 만나자마자 껴안고 보고 싶었다며 볼에 뽀뽀를 했어. 그리고 아빠가 들고 오신 책은 무슨 책인지 요즘 뭐 하고 지내시는지 식사는 잘하고 계신지 다양한 안부를 여쭸어.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딸표 안마도 해드렸단다. 귀 주무르고 양쪽으로 잡아당기기, 손가락 사이사이 주무르기, 어깨 주무르기 등등.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마사지 피드백이 좋은 분이야. '와아 시원하다~ 우리 딸 마사지가 최고네~' 그 말에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안마를 해드리게 돼.


브런치에 올린 글들도 보여드리고 최근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많이 하는지도 아빠에게 마구 수다를 쏟아냈어. 나의 말끝마다 아빠는 '이야~ 우리 딸 최고 멋지다. 우리 딸은 모든 게 다 잘 되어간다.'라고 격려와 응원을 쉴 틈 없이 해주셨단다.


아빠는 나에게 최고의 응원자이자 든든한 지원군. 끝없이 조건 없는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존재야.


사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아빠의 잔소리들이 듣기 싫을 때도 있고 왜 저러시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점점 커가면서 그게 얼마나 큰 사랑과 관심에서 나온 걱정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어. 그리고 그 잔소리들 덕분에 엄마가 여러모로 더 나아지기고 성장할 수도 있었단다. 엄마는 이렇게 늦게 깨달았지만 호두는 혹시 아빠나 엄마가 잔소리하더라도 그게 더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호두가 태어나면 호두를 사랑하는 많은 가족들이 있을 거야.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삼촌도 둘이나 있어! 거기에 만약 가능하다면 호두의 동생도 엄마, 아빠가 만들어 볼게!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우리 호두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잘 자라기를 엄마가 응원해. 사랑한다. 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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