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집 이상형 월드컵

내겐 이제 ‘친환경’은 ‘아늑함’으로 들린다

by 하지희

가장 친환경적인 집은 무엇일까?


일단 건축 자재로 따지면 나무, 흙, 짚 등의 자연 소재로 지은 집이 있겠다. 여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흙집 중에 재미있는 집이 하나 있다. 어스 백 하우스(Earth bag House)라는 집인데, 포대나 망 속에 흙을 채워 넣은 후 벽돌처럼 쌓아 만든 집이다. 이글루의 흙 버전이라고 할까.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 무거운 건축 자재를 대신해 사용했던 공법이라고 한다. 이글루나 우주비행사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것도 신비로운데, 이 집엔 또 다른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일단 흙을 그냥 퍼 담아 쌓는 공법이라 기초공사에 특별한 기술이나 기계가 필요하지 않고, 공법 특성상 주로 원형으로 짓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마감도 흙으로 하면 언젠가 허물더라도 포대 외에는 별다른 건축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집은 시원하다는 장점이 있다. 갈수록 더워지는 기후 환경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흙집 하면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흙과 짚을 섞어 벽을 올린 집인데, 100% 흙으로 만든 집에 비해 단열이 뛰어나고 덜 습하다는 장점이 있다. 흙집은 여름엔 시원하지만 겨울엔 습기 때문에 조금 고생할 수도 있지만 짚이 들어가면 이런 단점이 보완된다. 보통은 짚단을 벽돌처럼 쌓은 후 흙으로 마감을 하지만, 이렇게 하면 두꺼운 짚단 때문에 벽이 너무 두꺼워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럴 때 짚을 풀어헤쳐 진흙과 물을 모두 섞은 다음 나무로 만든 거푸집에 꾹꾹 눌러 담아 벽을 쌓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너무 두껍지 않지만 튼튼한 흙짚 벽을 만들 수 있다.


그럼 이제 난방은 어떡해야 할까? 태양열 난방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해가 덜 나는 날 완전 난방이 어렵고 태양열 전지판의 수명이 다하면 꽤 부담스러운 폐기물이 발생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전통방식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한국의 온돌 난방, 유럽의 장작 난로, 일본의 이로리 등 나무를 활용한 난방 방식은 폐기물을 덜 만들면서 조리도 겸할 수 있다는 이점도 더해진다. 다만 도시에서 장작을 구해 쌓아둘 공간이 여의치 않은 집이 많아 힘든 방식이기도 하다. 나무를 계속 베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렇지만 시골의 작은 주택에서 근처의 버려진 잔가지들을 최대한 모아 쓸 수 있다고 했을 땐 제일 최적의 난방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친환경 집의 최종 관문은 크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근처에서 구한 자재로 만들고 나무 소비가 적은 땔감으로 난방을 한다고 해도 한 식구 사는 집이 대궐만 하면 이를 친환경적인 집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큰 집에서 살아가는 덴 난방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을 밝힐 조명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선도 어마어마하게 집어 넣어야 한다. 토굴을 지을 계획이 아니라면 창문도 달아야 하고, 실리콘이나 플라스틱 틀 등의 자연분해가 불가능한 자재도 들어가기 마련이다. 모든 방을 데우기 위한 땔감은 말할 것도 없고, 집터를 마련하기 위해 베어내야 하는 나무나 자연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손님 접대가 잦았고 대식구가 모여 살던 시절엔 어느 정도 큰 집이 필요했다. 10명의 식구가 작은 4개의 집을 따로 지어 사는 것보다는 1개의 큰 집을 지어 모여 사는 게 더 친환경적인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실제로 이 큰 집에 10명 이상의 식구가 함께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많아야 여섯, 일반적으론 4명의 식구가 집의 절반도 채 활용하지 않으며 산다. 식구가 쓰지 않아 방치해두는 방은 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방에 모인 냉기가 집의 다른 구석 곳곳에 스며들어 난방 효과를 낮추기까지 한다.


내가 구상한 가장 친환경적인 집은 이런 집이다. 우선 식구에 맞는 크기의 집. 4인 가족이라고 했을 때 방 2-3개에 주방 겸 거실이 있고 적당한 욕실이 있는, 40㎡의 집(단층집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자재는 흙이건 짚이건 나무건 건축 현장 반경 10km 이내에 있는 것으로 구하고, 화학 제품으로 자주 손질을 해줄 필요가 없는, 큰 건축용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손으로 마무리하기 편한 자재로 지은 집. 난방은 최대한 전기가 덜 필요한 방식으로, 전기도 자가 발전을 한다면 발전기의 수명이 최대한 긴 방식으로 한 집. 창호는 단열 성능이 높고 최대한 재활용한 제품으로 채운 집.


흙집도, 태양열 발전도, 장작 난로도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집들이다. ‘친환경’과 ‘편리함’은 얼핏 보기에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들이다. 내가 구상한 ‘가장 친환경적인 집’은 ‘가장 불편한 집’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난 편리함이 꽤 상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내가 지냈던 집은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집이었는데 프랑스에 와 보니 그간의 집들은 편리함의 극치를 달렸던 집이었다. ‘가장 불편한 집’으로 보이는 이 집도 누군가에겐 호화로운 집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말인 즉 언젠가 우리도 적응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제때 장작을 구해 쌓아놓는 일이 불편하기보다는 낭만적으로 느껴지고, 멋없어 보였던 흙집이 세월이 지나며 얼마나 시원하고 숨쉬기 편하게 해주는지 알게 되고, 작아서 정리하기 힘들었던 집은 점점 적어지는 소유물에 상쾌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내겐 이제 ‘친환경’은 ‘아늑함’으로 들린다. 친환경적인 집을 가지려면 스스로 해야할 일이 많다. 직접 집을 짓기도 하고, 건축가에게 맡기더라도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도면은 직접 구상하고, 장작 난로도 직접 제때 손질하고 하다 보면 정말 ‘자신의 집’이라는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비싸서, 편해서, 귀한 자재여서 좋은 집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고, 나아가 환경에게도 잘 맞는 집이라는 아늑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그럼 이제 질문을 다시 바꿔야 할 차례다.


가장 아늑한 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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