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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Oct 25. 2020

트럼프가 여전히 당선가능한 이유, 지지자들의 심리는?

한국에도 트럼프가 출현하지 않으리란 법이 있나

미국 대선이 딱 열흘 남았다. 트럼프의 트윗질을 보고 있노라면 왜 저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혔는지, 왜 코로나 대응을 저렇게 망쳐 놓고도 여전히 재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될수 있다. 


그런데 이들 트럼프 지지 미국인(주로 백인 고졸 이하 노동자층도 있지만 대졸 이상의 백인도 상당수)의 현장 목소리를 들으면 여전히 이들은 트럼프가 맘에 안들어도 트럼프를 조용히 지지한다. 더 힐의 논설담당기자인 다니엘 앨럿이 소위 경합주, 즉 오바마를 2번 찍었던 위스콘신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의 트럼프 지지층의 목소리를 담아 책을 냈다. 이들은 민주당과 오바마에게 실망했다며 트럼프가 썩 맘에 들지는 않으나 여전히 트럼프를 찍겠다고 말하는 게, 책의 주요 골자다. 



이런 보수 샤이 트럼프들에 대해서는 워싱턴 업데이트에서 박상현님이 잘 분석을 해 놓았으니 보시면 되겠고... 

왜 여전히 꼴통처럼 보이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걸까? 이들 트럼프 지지층의 심리는 도대체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 뉴스를 보다보면 다음의 네 가지 정도가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간단히 정리해 봤다. 


1.

"위선보다 차라리 위악을 택하겠다" 


민주당이 위선적이어서 싫다는 미국인들이 있다. 오바마를 지지했다가 2016년 트럼프로 선회한 경합주(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등)를 보면 이런 경향이 크다. 


민주당 경선주자였던 앤드루 양이 바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런 성향을 잘 파악해 기본소득 대선공약을 내기도 했다. 앤드루 양은 경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럭 운전자를 비롯해 노동자 계층 트럼프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비디오 시리즈를 내기도 했다. 트럼프를 찍은 노동자층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듣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 유세에서 위스콘신주를 방문하지 않은 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자층의 말을 듣는 척하지만 사실은 월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민주당이란 거다.  


이런 위선에 대해서는 마이클 무어가 자신의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지적한 바 있기도 하다. 


사실 오바마 정권에서 노동자층이 가장 실망했던 정책 중 하나가 2009년 경제위기 후 큰 금융기관들에게는 잔뜩 지원을 해 준 거다. 그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인해 파산한 개인들은 수 년이 지나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 진보진영은 오바마 정권이 친기업적 정책을 펼치고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강화하며 부의 독점을 방치했다는 점에 분노한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조 바이든을 싫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든이 당선되어도 이들 진보계열 민주당원들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내부 갈등이 상당할 것이다.


한국은 다른가? (....)  


2.

"나를 무시하지 마라" 


민주당 정치인들이나 미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지지층들을 무식하다고 폄하하는 경향도 농후했다. 


며칠 전 더쿠 게시판에 코미디쇼인 '더 데일리 쇼'에서 2016년 트럼프 유세장에 모인 백인들의 발언을 모은 클립이 한글로 번역되어 나왔다. 트럼프 지지자가 "오바마가 911 테러때 글쎄 백악관에 없었대요. 이럴 수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오바마는 2008년에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글쎄요 나에겐 논리가 없어요"라는 말들 같은게 편집되어 있다. 




2016년 미국 주류 언론 보도엔 이런 식의 트럼프 지지자를 무시하는 성향이 깔려 있었다. 2020년의 보도를 보면 그걸 자제하려는 게 느껴진다. 


실제로 그런 무식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큐아넌 같은 음모이론 (주 내용이 힐러리 클린턴은 아동납치 갱단과 연관되어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 돌아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능을 깔아뭉개는 행위가 감정적으로 매우 큰 반발을 일으킨 것이다. 이들이 왜 좌절했는지 현장에서 말을 들어보려 하지 않은 거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선거캠프는 사실 이렇게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경합주에서 '감정의 골'을 좁혔어야 했다. 소위 'door knocking'이라고 하는, 가가호호 유권자를 방문하는 전통적 선거운동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하기가 어려웠다. 공화당은 코로나를 폄하하는 대통령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전통적 선거운동을 민주당보다는 많이 했을 것이다. 이렇게 가가호호 숨어있던 샤이 트럼프가 선거날 다들 뛰쳐나올 것인가? 그걸 지켜 보아야 한다. 


한국은 다른가? (.....)  


3.

“위선적이고 우리 말도 안 들어주면서 ‘정치적 올바름’은 왜 강요하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그 뒤를 이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나온 힐러리 클린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깨부수는 상징이 됐다. 이걸 불편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많고도 많다. 


여전히 남부를 중심으로 미국은 인종분리(segregation)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경찰들이 왜 흑인에게 더 가혹하게 구는가? 미국 경찰제도의 여러 기원 중 하나가 노예 농장을 지키던 민병대이기 때문이다. 


왜 수십년째 미국 대선후보들은 임신중단(&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가? 성평등에 보수적인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1970년대에 정치 세력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카터 대신 레이건을 밀어주면서 대법관 임명을 비롯해 미국 정가에 보수적인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정치적 물적 지원을 해왔다. 심지어 보수층은 보수 대법관을 양성하기 위한 기관(The Federalist Society)도 1980년대 초에 만들어 ‘젊은 법조인을 싹부터 보수층으로 육성’해 왔다. 최근 대법관으로 지명된(그리고 아마 돌아오는 월요일 인준이 거의 확실시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은 바로 그 최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총기 규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NRA(미 전미총기협회)는 워싱턴 정가의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후원을 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 중 상당수는 ‘내 것을 빼앗아 가는 소수자들’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이걸 트럼프가 속시원하게, 정치적 올바름 따위 생각 않고 유세장과 트위터에 표출하는 거다. 


트럼프의 ‘장벽을 세우자’ 2016년 구호가, 이민자가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심리에 딱 맞았다. 트럼프는 백악관 출입 여성 기자, 특히 흑인이나 아시아계 여성 기자들을 유난히 싫어하고 폄하했다.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흑인 대통령 시절 차마 표출하지 못했던 여성혐오, 인종혐오적 성향을 ‘용기있게’ 표출하는 그룹들이 나타났다. 백인우월주의자 그룹들이 그들이다. 트럼프가 왜 이들을 비난하지 않는가? 트럼프는 이런 잠재적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을 포착하고 이용한 거다.  


한국은 다른가? 네X버 기사 댓글을 보라. 여성혐오, 장애혐오, 인종혐오. 온갖 종류의 혐오 발언으로 가득하다. 미국엔 그런 발언을 부추기고 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총을 꺼내들고 행동하게 이들을 조종하는 대통령이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4.

“나는 내가 믿고 싶은 소식만 본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광고주들에게 고객의 취향을 쪼개 팔면서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노출하는 것을 주 비즈니스 모델로 하면서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게 되는’ 필터버블이 강해졌다. 당연히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지지 포스팅만 주로 보이게 됐다. 이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아예 바꾸지 않는한 이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트럼프는 ‘폭스뉴스나 자기를 지지하는 미디어 외에는 모두 거짓’이라고 선전선동한다. 2016년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들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통해 미국인들을 갈라치기했는데, 이때 트럼프교 신자가 된 사람들은 그 성향이 더욱 강화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짧은 몇 마디’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앤드루 양은 대선경선토론에서 이런 현실에 대해서 통렬히 비판한 적이 있다. “지난번 토론 때 나에 대해서 보도한 기사를 보니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것만 보도하더라. 경선 토론이 무슨 쇼가 됐다. 미리 준비한 자극적인 몇 마디가 보도되고 깊이있는 논의는 보도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리얼리티 쇼 스타가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소셜미디어와 자극적 헤드라인이 흥할수록, 트럼프와 같이 무논리/포퓰리스트 정치인이 흥하게 된다. 이렇게 자극적 헤드라인만 유권자 머리에 남다 보면 확증편향은 강화되고 논리는 사라진다. 트럼프가 지껄여대는 수많은 ‘비논리’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리트윗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면서, 사람들의 논리적 사고능력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 못하면 어떤 영향이 있나? 팩트를 인지시키기 위한 돈이 많이 든다.  


한국은 다른가?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논리가 필요한데, 이런 논리 없이 조각조각 자극적 헤드라인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과 헤드라인만 보고 백신 공포가 조장되는 현실. 누가 이 사태 이후 설문조사 해봤으면 좋겠다. 정치적 성향과 백신 공포와 연관성이 있는지. 이렇게 한번 망가진 백신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적 자원이 투여되어야 하는지. 


트럼프교 신자들은 바로 이런 강력한 필터버블에 갇혀 있다. 이들은 바이든 지지자에 비해 총을 들고 트럼프를 지키려고 거리로 나와서 폭력을 쓸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어도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미국은 많은 공적 자원을 써야 할 것이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요즘 트럼프의 심리에 대해서 몇가지 자료를 보고 있는 중이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성장과정에서의 트라우마도 상당해 보인다. 한국에도 이런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권력을 쥐면 안 되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간 날때 또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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