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지 Sep 11. 2022

요즘 내가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자세

2022년 중간을 점검하며...

2022년은.

나에게 무척 특별한 해가 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승진이란 걸 했. 그리고 거의 반년을 준비한 자격 코치가 되었고, 조정이란 운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시합나가 메달도 목에 걸었다.  놀라운 건 불과 1~2개월 사이 모든 일들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작년 이맘때 내 모습을 떠올리면 올해의 시간은 더욱 별해진다.


지난해 1월.

등산을 위해 홀로 나선 주말 아침. 주차장 빙판에서 넘어지면서 나의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두 달 병가를 내고 이후 6개월을 깁스와 목발 신세를 다. 그렇게 반년 이상을 집과 사무실을 겨우 오고 가는 신세가 되었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었던 작년에 비하면 올해 나의 시간은 완전히 정반대로 가는 중이다. 


요즘 나는. 

아침 6시 하루를 시작한다. 필사, 글쓰기, 일정 정리 등 정해진 아침 의식 몇 가지를 후다닥 해치우고 현관문을 나설때까지. 1분 1초도 아까운 마음으로 쉴 새 없이 집안을 돌아다닌다. 욕실과 안방, 베란다, 주방, 옷방을 오가며 머리를 말리고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도 굽는다.


아침시간. 

한평 남짓 작은 베란다 철제 테이블에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뭔가를 쓰는 데 사용한다.  먼저 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다. 딱히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키워드를 정한 다음 쭉 적어 내려 가는 것이다. 어떨 때는 한 페이지 가득 내용이 나오지만, 또 어떤 때는 반 페이지도 겨우 채운다. 그렇게 하나씩 해치우고 나서현관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에.


꽉 막힌 출근길 도로의 차량행렬.

떠밀리듯 사무실에 도착하면. 다시금 그 공간에서의 일과가 시작된다. 잭각잭각. 시간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흐른다. 그리고 점심시간. 식당으로 가는 길. 잠깐의 산책과 대화. 메뉴가 정해지고 내 앞에 놓이는 향긋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함께하는 그 순간은 하루 일과 중 가장 빨리 흐르는 시간이. 그러고 나서 또 시작되는 지루한 오후의 시간과 퇴근길.


집으로 다시 향하는 길은.

아까 아침시간 그 길의 정확히 반대편이다. 하지만 나아가는 흐름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느릿느릿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면 어느새 8~9시다. 쯤에는 늘 사소한 고민이 생긴다. 잠깐 산책을 나갈지 필사를 할지 등등.


어제는 화요일이어서 영어 필사를 다. 최근 몇 년 동안 업무에 전혀 용할 기회가 없는 '애증의' 영어.  머리와 혀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알파벳의 흔적을 어떻게든 붙들어 놓기 위해. 3년 전부터 원서를 필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분 타이머를 맞추놓고 할도로 약해진 나의 의지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 9시에서 10시 사이는 중학생 아이가 학원에서 오는 시간이다. 하루 일과를 물어보고 저녁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는다.


'시간의 흐름'

이렇게 요즘 나의 하루 일과를 정리해보고 한 가지 깨달은 건 뭔가에 집중할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이걸 좀 더 확장해서 바라보면. 월 또는 연단 위 계획을 잡고 굵직한 실천사항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성취하면서 지내다 보면 어느새 수개월이 금세 흘러있다. 최근 두어 달 나의 기분이 그렇다.


반면. 

작년처럼 집안에 갇혀 주방 식탁에 앉아 무엇을 할지 생각만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시간도 그만큼 느리게 다. 나의 20대가 딱 랬다. 어딜 가든 무얼 하든 누굴 만나든. 시간이 멈춘 듯. 나를 짓누르는 '일상의 지루함'에 치를 떨던 때.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찬란한 20대의 시간은 허망하게 흘러가버렸다. 그랬다.


결국.

요즘 내가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자세는 꽤나 단순하다. 그냥 주어지는 매 순간을 최대한 '잘' 보내려는 노력 정도다. 놀 때도 일할 때도 쉴 때도 심지어 잠잘 때도. 결국 나는 내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에 대한 '몰입'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이것만 기억한다.


정신없이. 

쓰다 보니 어느덧 주말 코칭 시간이 되었다. 이제 글쓰기가 아닌 코칭 간이다. 일단 브런치를 닫고. 귀를 활짝  열어두자. 그렇게 어찌어찌 잘 버티 보면. 시간은 어느새 흘러있겠지. 2022년 올해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