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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Jun 14. 2023

열하분출의 흔적, 돌오름길

한라산 둘레길 2구간

1구간 종점이 2구간 시작점이다. 영실입구 삼거리 정류장에서 240번 버스를 내려 어리목방향으로 500여 m 떨어진 18 임반 입구로 이동한다. 차도를 벗어나 숲 속 임도를 들어서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18임반 입구


들머리의 혼란


천아숲길에서 나온 길로 다시 들어가기에 방심한 것이 문제였다. 돌오름길 첫머리에서부터 실수를 한다. 얼마가지 않아 첫 번째 삼거리를 만난다. 안내판을 자세히 보지 않고 버섯농장 쪽으로 들어선다.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한참을 내려간다. 두 번째 삼거리를 만난다. 대충 1.5km 정도 걸었는데, 어째 전날 봤던 보림농장 삼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돌오름을 가리키는 방향도 다르고. 길을 잘못 들어섰다.


내려왔으니 이젠 오르막으로 1.2km를 돌아간다. 아이들 같으면 '헐~'할 장면이다.

주의해야 할 첫 삼거리

다시 첫 번째 삼거리로 돌아와서 살펴본다.

왼쪽 버섯농장 쪽은 한라산 둘레길 빨간 리본이 한발 간격으로 붙어있다. 안내판 아래에 작게 표시된 화살표는 안 보이고, 빨간 리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작 오른쪽길에는 빨간 리본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리본을 오른쪽으로 옮겨단다.

마음속으로 "꼭 오른쪽으로 가세요! 여러분, 오른쪽입니다." 하면서.


제주조릿대 사잇길


보림농장 삼거리에 선다. 안내판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한라산 둘레길 '이란 노란 표지판이 양쪽으로 표시되어 있어 잠시 혼란을 일으키지만 이제 왼쪽이 돌오름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빨간 리본은 천아숲길 마지막을 가리킨다.

보림농장 삼거리

조릿대 사이로 난 탐방로는 졸참나무와 삼나무, 단풍나무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 서식하는 상록 활엽 관목으로 지피식물이다. 긴 타원형의 잎은 엽록소, 미네랄, 비타민, 아미노산, 폴리페놀 등이 풍부하여 주로 심장과 호흡기 질환, 담 질환의 치료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제주조릿대 사이로 난 탐방로

제주조릿대는 음지식물이지만 양지에서도 잘 자란다. 땅속줄기나 포기나누기로 번식하며,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에도 잘 견뎌 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꽃은 일생에 딱 열매만 피운다. 치열하게 살지만 종족 보존의 임무를 끝내면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열매를 맺고 나면 죽는다.


밀알처럼 생긴 열매는 녹말이 많이 들어 있어 제주 사람들은 기근이 들면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구황식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식품,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삼나무 조림지

서어나무 군락지와 인공조림지인 삼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삼나무 숲에는 제주조릿대만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고, 다른 식물은 감히 삼나무와 겨루지 못한다. 서어나무 군락은 다르다. 산딸나무, 때죽나무, 참꽃나무, 굴거리나무, 천남성, 고사리, 산철쭉, 고비도 함께 자란다.

서어나무 군락

출발지에서 2.2km 지난 5번 이정표가 세워진 지점의 정자에서 쉬어간다. 돌오름 가는 길이 나뉜다. 돌오름을 오르지 않고 둘레길을 곧장 간다. '멧돼지 출몰 주의'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탐방객도 우리 둘 밖에 없는 길에 멧돼지 출몰 지역이라니. 덜컹 겁이 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이 빨라진다.

색달천

색달천 지류를 건넌다. 돌오름과 민모루오름 사이의 계곡에서 발원한 색달천은 녹하지악을 거치면서 중문천과 합류하여 천제연폭포에서 떨어진다. 돌오름을 다녀오는 탐방객 일행이 계곡 언저리에서 들꽃을 살핀다.

홍노도라지

초롱꽃과 도라지속의 여러해살이풀인 홍노도라지이다. 연한 녹색빛이 은근하게 도는 하얀 꽃이 줄기 끝에 1개씩 달려 하늘을 향하고 있다. 너무 작아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용케 발견했다. 덕분에 우리도 근접촬영을 한다.

꽃받침과 꽃의 모양은 끝이 5개로 갈라지고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이 도라지처럼 생겨서 홍노도라지라고 한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참꽃나무(왼쪽), 고비(오른쪽)

진달래과의 낙엽 활엽 관목인 참꽃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처럼 붉은 꽃이 피는데 철이 지난 것 같다. 철쭉이나 진달래에 비하여 높이 자라서 잎을 살피기도 어렵다. 나무껍질은 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거나 벗겨진다. 넓은 달걀 모양을 한 잎은 가지 끝에서 2~3개씩 모여있다.


땅바닥에는 고비가 제주조릿대와 영역 다툼을 하고 곳곳에 천남성이 머리를 내민다. 굴거리나무가 둘러싼 물통도 여러 곳이 보인다.

굴거리나무가 둘러싼 물통

몇 차례 계곡을 건너고, 주변의 꽃과 나무를 살피면서 험한 돌길을 걷다가 표고 재배 삼거리를 만난다. 탐방길 첫 삼거리에 빨간 리본 보고 따라왔다가 돌아갔던 그곳이다. 들머리에서 들어올 땐 보이지 않던 통신탑이 숲 속에 숨어 있다.

숲 속에 숨어있는 통신탑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탐방로 반대쪽 길에 빨간 리본을 집중적으로 달아 놓은 것이. 가을에 단풍철이 되면 다시 갈 생각이다. 우리가 고쳐 단 리본의 위치가 또 바뀌어 있다면 누군가 고의로 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열하분출의 흔적, 용바위를 만난다.


분한 마음을 쉬 떨치지 못하고 이런저런 의심을 하며 걷는데 용비늘처럼 갈라진 용바위가 나타나서 분위기를 바꾼다.

용바위

현무암의 바위들이 산능선을 따라 마치 용의 비늘처럼 일직선상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 모습이 신비스러워 둘레길을 개설하면서 이름을 용바위라고 붙였다. 암석은 돌오름 주변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조면현무암이다.

열하분출의 흔적인 조면현무암 무더기

이는 한라산이 (길게 이어진 화산 구조선을 따라) 분수가 물을 뿜어내듯이 일직선상으로 현무암을 뿜어낸 열하분출(틈새분출)의 흔적으로 보인다. 이 용암류는 한라산 정상부에서 분출하여 백록담 서사면의 고지대를 덮고 있는 용암류인데, 분석구뿐만 아니라 한라산 고지대의 경사면에서도 분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암류 위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


판상절리가 발달한 하천


탐방로는 돌길이다. 돌오름에서부터 거린사슴오름에서까지 조면현무암으로 덮여있다. 또 하천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물이 없는 건천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이곳을 통하여 많은 양의 빗물을 일시에 하류로 흘려보낸다.

판상절리

색달천 하류인 중문 일대의 해안에는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고, 상류의 하천 바닥에는 매우 얇고 판상절리가 형성되어 있다.

색달천 계곡

숲은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로 바뀌고 지피에는 제주조릿대가 다시 나타난다. 돌길이던 탐방로는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참나무 숲길

'한라산 둘레길 국가 숲길 지정'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펼쳐져 있고, 안전수칙을 적은 안내판이 서 있는 나들목으로 나온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예사로 치부하기 쉬운 안전수칙이라 옮겨 놓는다.

안전산행 위해 항상 2인 이상 함께하기
야생동물 출현 가능하니 주의하여 산행하기
위험한 산행(장거리, 무리한 강행 등) 하지 않기
안전장비(스틱, 등산화, 배낭 등) 준비를 철저히 하기
하천이 많은 둘레길은 우천 시 진입하지 않기
둘레길 이탈 시 신속하게 되돌아오기
체력유지를 위해 수분보충 및 적정한 음식물 섭취하기
체온을 유지 위한 여벌 등산의류 구비하기
천아숲길 나들목(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 쪽)

공식적인 명칭이 돌오름 입출구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1구간에서 9구간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순방향으로, 반대는 역방향으로 규정했으면 한다. 이곳은 2구간 돌오름길 출구로 하고.


서귀포자연휴림 입구에서 일정을 마친다. 거린사슴오름과 돌오름은 다음 기회에 별도로 오를까 한다. (2023. 5. 25)


버스 안내
1100 도로 노선버스는 (제주~중문)의 240번 밖에 없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과 중문 제주컨벤션센터에서 매 60~80분 간격으로 출발
시작점 : 영실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종점 :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승차




운동 시간 2시간 42분(총 시간 3시간 51분)

걸은 거리 10.29km (공식 거리 : 8km, 진출입 거리 : km)

걸음 수 17,563보

소모 열량 908kcal

평균 속도 3.8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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