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난 시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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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도 지나갔다

유년의 내 기억 안에서는

이맘때쯤이면 낮이 정말 길었는데

강에 가 멱을 감고

잠자리를 쫓아 개울을 쫓아다니고

꽃들을 찾아 산야에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더불어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놀아도 놀아도 해는 중천에 있고

먹어도 먹어도 배는 늘 고팠는데

밥 먹어라는 어머니의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

저녁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는데,

요즘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졌는지

너무도 짧은 낮의 시간을 만난다

아침을 먹으면 점심, 점심을 먹으면 바로 저녁이다

놀랍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물리적으로는 예와 동일할 것인데

이리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생활의 흐름 때문이리라

하지가 지나간 시간

너무도 짧아져 있는 낮을 만나며

삶의 무게를 진하게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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