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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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평야다.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살았고, 아이 때의 기억들이 넉넉하게 피어오른다. 당시에는 모두가 논두렁길, 흙을 밟으면서 다녔는데, 지금은 이렇게 포장도 되어 있다. 수로도 잘 정비해 놓았고, 농지지만 차츰 사람들이 밤에도 머무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퇴직 후 이곳 어느 언저리에 조그만 집을 짓고 머물까 생각도 해봤는데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도시의 삶이 너무도 익숙해,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미련 때문이었다.


완전한 농민이 되어 살아가려는 각오 없이는 시골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고향을 떠난 지 40여 년, 이제는 고향이 낯설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낯선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고향이다. 시골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벌레들과 힘든 노동, 정리되지 않은 살림살이 등 극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여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의 텃밭이나 가꾸고, 그렇게 남은 삶도 살아갈 듯하다. 아름다운 공간,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히 배인 곳, 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간이다. 자주 들려 기억 속의 분들을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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