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 머물며

한가위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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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라는 변영로 길을 달려


표선에서 제주시로 왔다


오다가 비가 너무 넘쳐서


길가에 한참이나 멈추기도 했다


예보에 중산간에 비가 많이 온다고 했지만


번영로는 쉽게 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시월에 들어서 잠자고 있던 내 언어를 일깨울 만큼


그 시간은 서늘한 감각이 몸에 흘렀다


추석을 사람 많은 제주시에서 보낼까 하여


마음먹고 나선 길이었는데


그렇게 길은 숱한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솔깃하게 들어주기엔 내 부족한 인내를


만나야 했다


시간이 흐르니 모든 것이 해결되고 지금은


제주시에 나와 있다


한가위 달은 볼 수 있으려나


바다와 명승지 더불어 보름달을 볼 수 있으려나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숱한 보름달을 떠올린다


올해의 가득한 달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리라


기대와 기원을 함께 한다


보름달 같은 얼굴들과


그들이 다시 만나갈 많은 보름달들과


재생되는 세상의 자연스러운 풍요를


기원에 담고 언어로 조각한다


비 내리는 제주의 하늘,


여기서 아련한 꿈을 꾸며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만나려 한다


나도 나답게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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