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러 산에 오르다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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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이 보고 싶어 눈이 쌓여 있는 산에 올라갔다 산 아래에서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먼 눈으로 지켜보던 것을 실제 경험하기 위해서, 이번이 아니면 올겨울에는 다시 볼 수 없을 듯해서 아내와 둘이 길을 나섰다.


아래에서 볼 때는 꽤 가까운 곳까지 눈꽃이 피어 있는데, 실제 가보면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다. 눈꽃만 보고 내려오겠다는 생각으로 산에 올랐다. 마침 아내도 2월을 끝으로 정년 퇴임을 했고 기념으로 같이 산행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둘은 그리 극기를 하면서 산을 대하진 않았다. 주로 나는 사진을 찍고, 옆에선 구경하고 그렇게 산길을 꾸역꾸역 올랐다.


산은 아무리 낮아도, 아무리 가까워도 쉽게 대하면 안 된다. 자신의 몸을 잘 다스리고, 추슬려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산이 자꾸 우리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눈꽃이 피어 있는 곳까지 올라가려니 어쩔 수 없이 위를 바라보면서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가까이 있는 듯한데 거리가 참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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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눈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바닥은 눈으로 미끄럽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오르니 온 산이 눈으로 덮여 있다. 설경이 이렇구나! 마음이 넉넉해지고 경건해졌다. 정말 황홀한 시간을 보내며 산속에 머물렀다. 더 높이 올라갈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나무가 햇빛을 받아 눈꽃을 낙화로 만들고 있었다. 마치 비가 오는 듯 나무 아래로 지나가는 우리의 옷이 젖었다. 도저히 더 오를 수가 없어, 눈 구경을 충분히 했으니 내려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정말 나무들마다 달고 있는 눈꽃, 그 화사함이 우리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는 듯 황홀경에 빠져들게 했다. 배가 고플 정도로 우린 산에서 머물렀다. 내려오니 팔다리가 고생했다고 마구 앙탈을 부린다. 이제는 쉬어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밤 몸을 평안하게 두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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