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뒹굴뒹굴거리고 있다. 토요일의 시간, 모처럼 잠을 푹 자면서 쉬고 있다. 토요일 오후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보통 이맘 때면 움직이던 산소에 갈 것도 아니고, 마을을 돌아다닐 일도 없다. 다음 주에 추석 연휴가 있기에 그때 돌아다닐 것은 돌아다니면 된다. 오늘은 그냥 주저앉았다.
집에 있으면 늘 하는 책 읽기도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그냥 두고 있다. 책이란 읽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때 읽어야 제대로 다가온다. 책도 마음에 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가끔씩 컴퓨터는 본다. 뉴스를 보고 내 블로그를 찾아다녀 보고 또한 즐거운 기사가 있으면 본다. 하지만 그 속에 빠지지는 않는다. TV를 보는 것도 그렇다 그냥 켜 놓고 멍 때리기를 하면 몰라도 몰입해서 볼 입장은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머문다.
오후에 시간을 내어야 하는 일은 있다. 멀리 떠난 아이가 돌아오는데 차량이 마땅찮으니까 마중을 나가야 한다. 언제 올 지는 아직 모르겠다. 차를 정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 빈둥거리면서 기다리면 된다. 오늘의 주된 일이 아이가 오는 길에 마중 가는 일인가? 김천구미 역으로 가야 할 듯한데,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젊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디 가는 것을 겁을 내지 않는다. 기차를 타는 것도, 커피를 마시는 것도, 친구를 찾는 것도, 거리를 거니는 것도 겁을 내지 않는다. 코로나가 곳곳에 입을 벌리고 있는데. 서울에 일이 있다며 올라간 아이가 오늘 도착한다. 토요일,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시간들 속에 자신의 시간들이 명멸한다.
두 딸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 숱하게 아이들의 발이 되어 주었던 일이 떠오른다. 학교고, 기차역이고, 정류장이고, 친구의 집까지 숱하게 내 차가 움직였던 기억이 찾아온다. 아이들은 그 상황들과 마음을 알까? 아마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자신들이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면 알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토요일, 집에서 나무늘보로 살면서 생각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