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에 올랐던 기억이다. 모처럼 집에 온 아이들을 데리고 정면에서 금오산을 올랐다. 정면에서 오르면 계곡 따라 금오산성의 문을 지나 폭포까지 오르는 1단계 산행을 할 수 있다. 폭포에서 정상까지 가는 2단계 산행은 마음을 크게 내어야 한다. 일반적으론 폭포까지 산행을 하고 내려온다. 우리도 폭포까지를 목표로 삼아 산행을 했다. 그리 험산 코스는 아니다. 심지어 중턱까지 케이블카가 있어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사실 나는 정상까지도 몇 번이나 올랐다. 그래서 어디에 어떤 모양의 길이 있고 아디로 어떻게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금오산 정상을 오르는 데도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여러 길을 올라보기도 했다. 이 날은 나의 산행이라기보다 식구들의 산행이기에 마음을 낸 것이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길이기에 더욱 고마운 길이었다. 조금 오르니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산행은 힘이 좀 든다. 예전 같으면 인도하면서 나아가겠지만 요즘은 힘이 부친다. 아이들을 따라 움직이려면 산길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잡는 발목을 떨치고 가려면 가슴에 큰 바위가 들어앉는다. 그래서 천천히, 처지면서 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우리들의 걸음을 맞추어 움직인다.
조금 오르다 보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것을 하는 생각도 인다. 그만큼 허덕인다는 뜻이리라. 어느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산에 무엇하러 올라갑니까. 내려올 것을요. 정상에 선 기분과 오르면서 느끼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산행을 해보지 않은 동료의 말이다. 하지만 힘이 들 때 그런 말까지 마음에 다가온다. 산은 아무리 작은 산일 지라도 쉽게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큼 인고와 성실을 담아야 같이 호흡할 수 있다. 그날은 꽤 힘이 들었던 듯하다. 올라가면서 많이 쉬었던 기억이 있다. 폭포에 이른 마음은 희열이다. 산행에서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함을 가져온다. 우리는 폭포에서 마음을 나누다가 흔적도 남기고 돌아서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는 것은 서늘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산에 오르고 난 뒤의 같이 나누는 음식은 꿀맛이다. 이런 일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도 풍족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지난 폭포까지 올랐던 식구들과의 기억이 그리움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나날이 행복을 찾으면서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나라의 영산 중의 하나인
금오산 산자락을 오르면서
지난 숱한 세월 속의 인사를
떠올려 본다
산성을 만들면서 그 속에서 전란의 위기를 이겨나간
선조들의 모습과
삼국유사의 슬기로운 지혜들이
곳곳에 스민 산속에서
그것들을 지켜보면서 지내 왔을 폭포의 위용을 만나면서
우리 식구들은 겸허해진다
새로 단장한 산성의 문을 지날 때는
경의의 마음이 되기도 한다
나라의 영산에 스스로를 맡겨
삶의 맛과 멋을 지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