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가은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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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 들렀던 기억이 있다. 문경은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온천 지역이 되어 온천을 즐겨도 되고 새재(조령)에 올라도 좋다. 사극을 찍는 곳이 세트장으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것도 좋다. 왕건 드라마를 거의 여기서 찍었다고 보면 된다. 마을과 궁전 등의 세트장이 잘 만들어져 있다. 길들, 산길, 개울 등 많은 공간이 사극의 무대가 되고 있는 이곳이다. 그런 것들과 함께하다 보면 언제 시간이 흐르는지 모른다. 조령을 따라 올라가면 산성이 만들어져 있고 그곳도 사극의 좋은 무대가 된다. 농성과 전투신 등은 실제의 장소이므로 멋진 장면을 담아낼 수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 올라 거닐면서 전투의 장면들을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가족 나들이로 문경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는 사람이 적게 모이는 곳, 사람들과 섞이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다 보니 자연 이곳이 선정되었다. 새재 쪽은 많이 가보았기에 이번엔 점촌에서 식사를 하고 가은으로 향했다. 이곳은 오래전에는 탄광촌이었고 그래서 기찻길이 있었던, 문경에서 상당히 교통이 좋았던 곳이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물려 성황리에 마을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폐광이 되고 철길도 끊어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떠나고 허허로운 땅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곳을 관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발을 하면서 지나는 사람들이 가끔 들리는 곳이 되었다. 우리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기찻길은 레일바이크를 설치해 놀이시설을 만들어 놓았고, 역사는 멋진 카페로 만들어 유명세를 치르는 공간이 되었다. 역사 가까이는 아자개 장터가 있다. 아자개는 신라시대 상주의 성주로 후백제를 연, 견훤의 아버지다. 후삼국이 서로 쟁투를 할 때 이곳이 상당히 중요한 거점이 되고 아자개가 누구에게 붙는가가 후삼국의 세력 균형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도 되었다. 아자개는 양측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다가 결국 고려를 수용한다. (아자개는 아들 견훤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고 전해 온다) 그러면서 고려의 세력이 경북 북부를 거점으로 해서 경주까지 펼 수 있도록 된다. 이곳은 견훤과 왕건이 세력다툼을 많이 한 곳이다. 그 아자개의 거점이 가은이다. 가은은 오일장이 열린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시장이 형성되는 멋진 곳이고 이름을 아자개 장터라 명명했다. 지금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조금 한산해졌지만, 그래도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 오일장을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우리는 아자개 장터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기분을 내보기도 했다. 산촌의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고 정터를 구경하기도 했다. 잘 꾸며놓은 장터에서 기념의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역사 카페에서는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당시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레일바이크를 살펴보기도 하고 철길에서 레일 위를 걸으면서 누가 떨어지지 않나 경쟁도 했던 듯하다. 산과 탄광이 있었던 마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인 가은에서 기념비적인 우리의 시간을 가꾸었다. 많이 기억이 나는 공간이다. 기회가 닿으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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