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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Jun 22. 2024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책리뷰

[2020.09]

줄거리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산문집으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사랑과 이별, 고독과 슬픔, 그리고 작은 희망과 위로를 주제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있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계와 사랑,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글들이라 좋았습니다. 4부에서는 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난한 노동자의 삶이 어딘지 모르게 저와 제 주변 누군가의 삶(? 난가....)과 닮아있어 오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부 : 사랑과 이별, 관계

2부 : 고독과 슬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3부 : 성장, 어른이 되는 것

4부 : 노동과 가난에 대한 이야기



책 속 한 구절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19p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26p



[내가 좋아지는 시간]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은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57p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中



나의 사색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연상되는 향과 온도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골집 마룻바닥 냄새, 아스팔트가 익어가는 여름의 냄새, 그리고 그 온기가 다 식고 그림자가 드리운 저녁의 온기 등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으면서도 의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이 듭니다.


평소 책이 아니더라도, 저는 의식적으로 일상의 순간들을 다양한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익숙한 것들에 숨겨진 의미나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행복을 주기도 하고, 세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일 같아서 좋습니다.


이 책은 눈으로 읽지만, 어떤 사람이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 같습니다. 각자가 가진 경험이나 가치관, 상상력에 따라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이 느껴졌던 글은 148p의 내용이었습니다.

"삶은 마음대로 되진 않지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걱정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이 구절은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긍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은 항상 제멋대로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나이 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보단 기대를 품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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