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주 Jan 28. 2023

6살은 죽음을 이해할까

아이가 주는 위로


첫째 온유가 3살일 때, 둘째 시온이를 임신했다.


세 살 터울인 이 녀석들은

잘 노는 듯싶다가도,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남매였다.

이른 새벽

온유가 한참 잘 자고 있을 때,

시온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응급실에서 이미 시온이가 사망판정을 받고 난 오전 7시 30분쯤에

친정부모님이 온유를 병원으로 데리고 오셨다.

온유는 눈 감고 누워있는 시온이보다,

응급실에 있는 여러 가지 의료기구들에 더 관심을 보였다.


입관예배를 드릴 때도,

온유는 동생이 그냥 자고 있는 거라 생각하는지 슬퍼하는 기색도 하나 없고,

관 속에 넣어둔 시온이의 인형과 책들을 꺼내려고만 했다.


온유를 말리고 타이르며,

6살은 죽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판단을 했다.


아들에게는

특별한 위로를 기대할 수 없겠다는 당연한 생각도 했다.

그런데 순간순간

온유에게서 받는 위로가 있다.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시온이의 오빠였던 온유가 느끼는 감정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온이의 유골을 안고, 수목장으로 올라갔다.

친정어머니가 외할머니 장례 이후 일찍 마련해두셨던 가족 수목장이 있어서

시온이는 다행히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수목장 직원분이 깊이 파놓은 곳에 시온이의 유골을 넣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작은 삽으로 흙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나면 하얀 조약돌을 그 위에 쌓아주신다.

시온이가 추우면 어쩌나, 그런 괜한 걱정을 했다.


우리 가족은 마지막 과정으로 노란 꽃잎을 뿌려주었다.

공식적인 절차는 아니지만,

친정어머니가 장례식 전날 직접 꽃가게에 가서 일부러 사 오신 것이다.


슬픈 마음으로 마지막 꽃잎을 뿌리는데

온유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시온이가 꽃침대에 누워있는 것 같아요.

쓸쓸하게만 보였던 흰 조약돌이, 노란 꽃잎으로 덮여진 예쁜 꽃침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내심 놀랐고,

그날 처음으로 아이에게도 위로의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수목장을 떠올리면,

춥고 쓸쓸한 흙, 조약돌이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꽃침대가 생각난다.




어제는 눈이 펑펑 왔다.

온유를 일주일간 친언니 집에 맡겼는데,

집에 있기엔 아까웠던 언니가 온유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눈사람도 만들고 신나게 놀던 온유가 이렇게 말했다고, 언니가 나에게 연락을 했다.


이모, 시온이가 하늘에서 눈을 내려주는 거에요?

온유는 재밌게 놀다가 어떻게 시온이 생각을 했을까?

언니는 눈밭에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고.


그래,

온유야

시온이가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이랑 같이 반짝반짝 예쁜 눈을 내리고 있나봐


직장에서 받은 언니의 연락에

나도 가슴이 멍해져서

하루종일 온유와 눈 사진만 들여다봤다.

그리고 창밖에 눈을 보니 정말 시온이가 내려주는 눈이라 그러는지

평소보다 더 예쁘게 느껴졌다.


 

나는 온유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온유는 시온이에 대해 계속 기억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언어로 그 기억을 표현한다.


아이가 주는 위로의 힘이

그 무엇보다 클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는

보고 싶은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자신이 아는 가장 예쁜 말로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아이에게 배운다.






이전 04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첫날,필요한 도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