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관종의 발견
*시온이의 림프관종에 관해 개인 블로그에는 어느 정도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작성해두지 않아서, 올려봅니다.
참고로 드리는 말씀은, 시온이는 림프관종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혹시나 림프관종을 검색하시다가 이 글을 보신 분들께서 염려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도 시온이와의 의미있는 추억이라 생각하기에 기록해 놓는 것입니다.
첫째 아들 온유가 어느 정도 컸던 3살 무렵..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여운 딸이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그런 소망을 품은 지 두 달도 안되어 시온이가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다.
시온이는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랐고, 기형아 검사, 정밀 초음파 등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러던 중 임신 26주차쯤 되었을 때, 친정어머니와 입체초음파를 보러 가기로 했다.
태아의 얼굴을 어느 정도 선명히 볼 수 있다는 입체초음파.. 남편을 닮았을지, 나를 닮았을지 조마조마 궁금해하며 초음파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기가 입을 계속 벌리고 있었다.
이 날 임신 당뇨 검사도 있어서 오랜 시간 금식한 탓인건지..
아니면 아기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니.. 선생님은 다음 주에 한번 더 확인해 보자고 하셨다.
옆에 친정엄마가 계셨기에, 나의 당혹스러움을 다스려야 했다.
걱정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계속 안심시켜드렸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한참 아기를 들여다보신 교수님은 아무래도 턱 혹은 목 쪽에 종양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세브란스로 전원 할 수 있도록 소견서를 써주셨고, 다행히 바로 다음날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세브란스 담당 교수님이 오랜 시간 초음파를 들여다보시다가 찾아낸 시온이의 종양.
대략적인 사이즈가 4cm 정도 된다고 하셨다.
작은 아기 얼굴에 4cm라면... 얼마나 큰 종양인 것인가..
마음이 무너지려는 찰나, 교수님께서 희망을 주셨다.
“저희가 그래도 노력해 볼게요.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래, 교수님도 포기하지 않으시는데, 내가 왜 마음이 약해지나.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림프관종을 가진 시온이와의 임신 및 출산 준비과정이 시작되었다.
몇 주지나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임신 중 MRI를 찍었다.
촬영 전 걱정이 많았으나, MRI는 자기장으로 촬영되는 것이기에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MRI 결과.. 시온이의 턱 옆에 크게 보이던.. 주먹만 한 종양.
그래도 교수님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셨다.
“종양 사이즈가 크긴 하지만, 다행히 위치상 기도를 막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아이의 폐가 자랄 수 있었어요.
아기가 자가호흡이 가능하기에, 응급으로 수술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유도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림프관종은 양성종양이지만, 몸속 어디에나 생길 수 있는 종양이기에.. 위치가 안 좋은 아기들은 기도를 막거나, 몸속 깊이 존재해 있어서 치료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시온이는 제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 기간 동안 어떻게 태교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종양이 아이 혀를 누르는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가,
그래도 폐가 자랐다는 사실에 홀로 기뻐하며 나를 다독거렸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후에 출산하면 아픈 아기와 멀리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런 생각을 하며
시온이가 있는 내 배를 감싸 안고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펼쳐진 길을 한 걸음씩 걸었던 때다.
시온아, 너는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
다양한 색으로 물든 단풍잎처럼
너만의 고유한 색이 너의 삶에 풍성하게 펼쳐지고,
사람들이 너와 함께 행복을 노래하고, 인생의 기쁨을 나눈다면 좋겠어.
우리 시온이는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가지게 될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어떤 일에 웃음 짓고, 눈물짓게 될까.
뱃속에서 지금까지 종양을 이겨내고 잘 견딘 것처럼
이 세상에 나와서도 잘 견디고 이겨내 줘.
엄마는 늘 너를 응원할 거야.
이렇게 우리가 함께 걷듯,
앞으로도 함께 걸을게.
배를 문지르며 그날 한없이 천천히 걸었다.
그 가을을 지나..
2021년 1월 5일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날.
시온이가 이 땅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