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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주 Apr 10. 2023

시온이와 림프관종 3

드디어 너를 안아보다.


시온이가 태어난 지 30일 정도에 큰 수술을 받고, 하루하루 퇴원만을 기다렸던 시간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매일 아침마다 보내주시는 시온이의 수유량과 몸무게 문자를 개인 노트에 모두 기록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받을 수 있는 아기 사진을 기다리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 운명의 그날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수술하고 20일 정도 지난 2월 24일,

첫째를 어린이집 보내고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시온이 수술부위가 잘 아물었어요. 이제 입으로 분유를 먹는 연습만 잘 되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전에 수유 연습을 해야 하니 병원에 오세요."


하늘에서 별이 반짝반짝 떨어지는 것 같은 반갑고도 놀라운 전화였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갈게요."

 

"몇 시가 괜찮으신가요? 혹시 6시쯤은 어떠세요?"


나는 너무 기뻐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새벽 6시라고 생각을 했다.

간호사선생님들이 덜 바쁜 새벽 시간에 수유 연습을 하러 가야 하나 싶어서.

6시면 첫차를 타고 열심히 가면 되겠다. 혼자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네네, 당연히 6시에 갈 수 있죠!"


다행히 새벽 6시가 아니라 저녁 6시였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시온이를 만나러 갔다. 



대망의 2021년 2월 25일.

아기에게 혹시나 해가 될까 봐 화장도 다 지우고, 면 소재의 맨투맨을 입고 병원에 갔다.


시온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한다.

그 후 양손을 깨끗이 씻고, 소독하고 

위생 옷을 입고, 위생 모자도 써야 한다. 

처음으로 시온이를 안아볼 생각에 번거로운 절차가 더없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수유실에 대기하고 있으니, 

간호사선생님께서 시온이가 누워있는 침대를 밀고 들어오셨다. 


처음으로 시온이를 품에 안고. 간호사선생님께서 기념사진을 남겨주셨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태어난 지 50일 만에 처음으로 안아본 아기.

따뜻한 아기의 체온.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던 몸짓.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커버린 우리 아기.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기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안녕? 너 정말 예쁘구나


아기와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이 끝나고, 수유연습이 시작되었다.

처음 수유연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모유수유를 연습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혀 부위에 수술을 한 시온이에게 모유수유는 부담이 크고, 

시온이에게 익숙한 젖병으로 먹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시온이의 수유연습이었다. 


시온이는 태어날 때부터 혀가 나와있었고, 수술 후 실밥도 있는 상태라 입을 오므리는 것을 잘 못했다.

간호사선생님께서 손가락으로 볼을 눌러주면 아기가 좀 더 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사진 속에서도 내가 볼을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날 시온이의 수유 목표는 90ml 먹이기.

하지만 한 시간이 걸려서 겨우 50ml를 쪽쪽 힘겹게 먹고 시온이는 잠이 들어 버렸다. 

우리 아기가 엄마품에서 잠드는 게 오늘 처음이구나.

나는 남은 우유를 먹이지도 못하고, 잠든 아기의 얼굴만을 한참 들여다봤다.

시온이에게서 전해지는 그 무게감, 그 따뜻함.

팔이 아픈 줄도 모르고 일부러 아기를 안고 서서 수유실을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이날이 딱 시온이의 50일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찍는 50일 기념촬영은 못했지만,

이렇게 널 처음으로 안아본 게 엄마에게는 제일 소중한 기념이고 선물이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엄마는 내일 또 연습하러 올게.

잠든 시온이와 단 둘이 그렇게 50일 축하를 나누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일주일정도 수유 연습을 더 하러 갔다. 

처음으로 90Ml를 다 먹은 날


수유연습을 하러 간 지 4번째 정도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시온이가 90ml를 모두 비웠다. 

이 날 어찌나 기뻤는지!

간호사 선생님도 열심히 기념사진을 남겨주셨다. 빈 젖병도 함께 찍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똘망 똘망 많이 큰 시온이는 왠지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얼굴이다. 

시온아 우리 언제 집에 가게 될까?

얼른 집에 가서 예쁜 분홍색 옷도 입어보고, 가족들 얼굴도 봐야지.



그러다 3월 2일,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이제 시온이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내일 아침 11시까지 병원에 오세요."

꿈에 그리던 순간이었다. 

태어난 지 57일 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나는 부랴부랴 아기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첫째의 활발함에서 시온이를 지켜줄 아기침대를 당근에서 구하고, 

깨끗하게 세탁해 두었던 아기 옷, 손수건 등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그간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던 간호사 선생님들을 위해 감사편지를 썼다.

(코로나 상황이라 커피 같은 음식은 일절 받지 않으신다고 했다)


남편과 병원에 도착해서 비상상황에 대비한 영유아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시온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가 이 날 준비해 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인 옷들로 갈아입고 등장한 시온이.

3월이어도 꽤 추운 날씨여서 겉싸개에(물론 분홍색) 아기를 꽁꽁 싸맸다. 

차에서 잠든 채로 집에 가는 시온이

겉싸개에 포근히 안긴 아기를 안고 병원에서 나오는 부모의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 날만을 얼마나 기다렸었는지..

병원에 오갈 때마다 아기를 안고 퇴원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제 나도 어엿한 시온이의 부모가 되는구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정어머니와 첫째 온유에게 빨리 가고 싶었다.



드디어 시온이와 도착한 우리 집.

마스크를 빼고 시온이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시온이가 늘 병원에서도 간호사 선생님들이 마스크 낀 모습만 봤을 텐데,

그리고 엄마가 마스크 벗은 모습도 처음 봤지?


가족들 모두 시온이를 안아주고, 따뜻한 분유도 먹였다. 

수유연습 덕분인지 시온이는 다행히 잘 먹었다.

첫째도 이 상봉 시간에 빠질 수 없지!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난 첫째가 반갑게 시온이를 반긴다. 

생각보다 질투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온유도 내심 병원에 있던 동생을 기다렸던 눈치다.




우리 가족의 조촐한 시온이 환영파티.

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봐도

이 날은 내 생애에서 손꼽을 정도로 참 행복한 날인듯싶다. 

기나긴 병원 여정을 잘 이겨내고 돌아온 시온이.

그리고 함께 울고, 간절하게 기도하며 기다렸던 가족들.

고생했어요.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시온이를 처음으로 안아봤던 순간, 그리고 퇴원 순간을 글로 남겨보았습니다. 

 지나간 일을 뭣하러 글로 쓰느냐?라고 혹시나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시온이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글로 남기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위로이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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