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주는 3번의 슬픔
아이를 잃은 집에서는 빨래 때문에
세 번 슬퍼지게 된다.
아니, 아이뿐만 아니라 함께 살던 가족 누군가가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되면 남은 이들은 분명 집에 있는 빨래 때문에 슬퍼할 일이 올 것이다.
먼저 마주하게 되는 슬픔은,
3일간의 정신없는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건조대의 널어진 빨래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한겨울에 아이를 떠나보냈다.
아이가 떠나기 전, 건조기가 꽁꽁 얼어버려서
귀찮지만 건조대에 빨래들을 널었었다.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그 빨래들이 “왔어?”하고 인사하는 듯했다.
버석한 그 빨래들을 무심한 눈길로 살펴보는데,
몇 개 걸려있는 시온이의 옷가지들이 보였다.
아이 옷이라 크기가 작아서
건조대 한 줄에 두 개씩 널 수 있는 시온이의 빨래.
얼마까지만해도 이 내복을 입고 귤도 먹고, 밥도 먹었었지.
빨래를 걷다 보면, 어떤 내복은 산 지 얼마 안되었음에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몇 번 입지도 못해서 새것인마냥 깨끗한 내복.
많이 입어서 얼룩지고 닳아버린 옷이 나오면, 또 그것대로 마음이 아파온다.
예쁜 옷 많이 사입히지도 못하고 물려받기만 했구나.
이 아쉬움과 반성을 만회할 길이 없어서 나는 또 운다.
두 번째, 빨래로 슬픈 상황은,
아직 미처 돌리지 않았던 세탁기 속에 아이의 빨래가 들어있어서,
건조대에 다시 그 빨래를 널 때다.
이 때는 약간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나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빨래가 몇 개 또 나와서 가슴이 또 멈칫한다.
무척 일상적이고 귀찮기까지 한,
빨래 너는 그 행위를 떠난 아이를 위해 다시는 할 수 없음에 슬퍼진다.
다시 입을 주인도 없지만, 나는 마지막 빨래를 건조대에 잘 걸어둔다.
너의 빨래는 역시나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구나. 참 작다.
마지막 빨래로 인해 슬픈 상황은..
이제 더 이상 아이의 빨래가 나오지 않을 때이다.
생각치 못하게 나를 무차별 공격했던 아이의 빨래흔적은
하루하루가 흘러가다보면 더 이상 나올 일이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그렇게,
아이의 흔적이 더 이상 나오지않는다는 생각에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너의 빨래는 분명히 무척 작았는데, 빈자리는 왜 그렇게 큰지.
나를 귀찮게 하던 그 작은 천사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을까.
다시 너를 위해 귀찮은 일들을 하고 싶다.
너의 옷에 묻은 얼룩을 투덜대며 지워내고,
건조기에 돌리면 안 되는 너의 가디건, 패딩들은 식탁 의자에 걸어두고,
새 내복을 입히기 전에 미리 한번 빨아서
섬유유연제의 향기가 묻은 부드러운 그 옷을 입혀주고 싶다.
그럼 너는 무조건 마음에 들어하겠지.
손뼉 치면서 얼른 거울로 달려가겠지.
나는 그 뒤에서 한없는 기쁨의 박수를 보낼테고.
단조롭지만 경이로운 그런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