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
예전에 다리를 철거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다리였는데 그 길이 조금 좁았나 봐. 그래서 새로운 다리를 만들기로 했는지 어느 날 중장비들이 잔뜩 왔더라고. 그리고서는 제일 먼저 다리 한가운데를 부수더라. 나는 다리 한가운데가 부서지면 쩍 하고 갈라질 줄 알았는데 철근들이 잔뜩 엉켜있었어. 다리는 먼지를 풀풀 날리면서 주저앉아 있는데 사람들은 쉴 틈 없이 철근들을 잘근잘근 잘랐어. 그걸 보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허무하고, 쓸쓸해지던지.
어쩌면 너와 내가 나눴던 마음들도 뚝하고 끊어지지 않아서 더 괴로운 걸까. 그런데 다리 하나 만드는 데도 저렇게나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키는데 우리가 한 번에 끊어지는 게 더 이상하지 않니. 나란히 걷던 우리가 등 돌리고 걷게 된 순간부터 어떤 감정도, 기억도 남지 않았다면 어땠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슬퍼진다. 나는 아직 여기저기 엉킨 기억과, 마음들을 하나씩 잘라낼 때마다 핏줄이 툭, 툭 터지는 느낌이 들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 다리는 반나절 만에 형태를 완전히 잃었어. 철근이며 부서진 잔해들이 막 뒤엉켜서 엉망이더라. 어떤 사람은 종일 부서지는 다리 위에 물을 뿌렸어. 워낙 먼지가 많이 날리니까 그런 거겠지. 근데 괜히 다리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것 같고, 다리의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것 같고 그렇더라.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동네 다리 철거하는데 별생각을 다 한다고 말하면서 코웃음을 쳤겠지? 눈에 선하다. 네 모든 것.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 얽히고설키겠지? 너무 많은 마음을 쏟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지?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허물어진 마음이 얼른 재건되길 바라. 너도 그리고 나도.
2월의 어느 날, J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