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Dear. blank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Mar 13. 2024

우리는 얼마나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걸까

Dear. (      )     



 너는 근래에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아무 걱정 없이 해본 적이 있어? 나는 이번 3월에 많은 것을 내려놓고 쉬어 보기로 결심했어. 그런 때 있잖아, 뭘 그렇게 많이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버거울 때. 그래서 막상 쉬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사실 남들은 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바쁜데 나만 잠시 멈추는 거잖아. 혼자 뒤처지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도 되고, 쉬는 동안 시간을 낭비할 것 같은 두려움이 너무 컸어. 그래도 잠깐이라도 멈춤을 선택한 내가 어느 정도 대견하지 않니?     


 사실 나도 번아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그런데 그런 거창한 단어를 나한테 갖다 붙이는 게 어딘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 이 정도는 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왜냐하면 남들처럼 잠을 줄여가며 열정적으로 하는 일도 없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미쳐버릴 것 같지도 않았고, 눈물이 펑펑 날 정도로 힘든 일도 없었으니까. 다만 무언가를 하면서도 자꾸 길을 잃는 느낌과, 무기력한 기분만 있었지. 그래서 ‘별거 아니다, 남들 다 겪는 거다, 나 정도면 힘든 축에도 못 낀다.’고 나를 다그치기만 했었어. 그렇게 버티면서 나를 다 소진해 버린 거야.      


 벌써 한 달의 절반은 쉬었네. 쉬면서도 마음이 막 편하지는 않아. 그렇다고 쉬고 있다고 확실히 느껴지지도 않고, 일상이 막 편해진 것 같지도 않아. 내가 아직은 완전히 다 놓지 못하고 있나 봐. 어쩌면 남들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엊그제는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했어. 뭔가 등 떠밀려 배우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막상 해보니까 그게 내 탈출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나를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알아가고, 곁에 두면 언젠가 또 나를 다 소진하게 되었을 때, 금방 다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얼마나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걸까. 너는, 나는 얼마큼 자신을 소진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쉬는 것도 다짐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정말 팍팍한 삶인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부단히 탈출구를 찾아보자. 너만의, 나만의 오아시스를 찾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      


J가.      



                    

이전 09화 환절기의 기분으로 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