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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blank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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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Mar 06. 2024

환절기의 기분으로 사는 일

Dear. (         )     


  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어. 산은 언제 저렇게 푸르게 변했는지, 이제 정말 봄인가 봐. 나는 그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이상하게 봄이 오니까 네 생각이 더 짙어지고 있거든. 그래서 네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심술이 나나 봐. 요즘 내 기분이 정말 환절기 같은 거 알아? 뜬금없이 너랑 함께 갔던 바닷가가 떠올라서 추억에 잠겼다가, 너의 모진 말이 떠올라 미워하다가, 그래도 다정했던 너의 모습이 떠올라 용서하다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을 너를 떠올리며 먹먹해지잖아. 머릿속이 아주 제멋대로야. 하루에도 몇 번씩 너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해.      


 이런 감정이 언제 사그라들까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져. 사람은 사람으로 잊고,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 거라며? 그럼 너는 나를 다 잊었겠다. 네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순간이었지만 결국 너는 지금 행복하겠구나. 나를 잊을까 봐 두렵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 나만 이렇게 슬프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날이 올까? 환절기 같은 지금 마음으로는 쉽지는 않을 것 같아. 미안해.      

 괜히 눈물이 난다. 환절기 탓이지 뭐. 다음 계절에 도착했을 때, 나도 너를 조금은 잊었으면 좋겠다. 나도 나의 봄을 기다려.       


    

 J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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