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Dear. blank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Feb 28. 2024

겨울과 봄의 틈에서

Dear. (        )     


 요즘 날씨가 정말 이상하지 않아? 춥다가도 따뜻하고, 봄이 온 듯하면서도 아직 겨울 같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 같은 계절과 계절의 틈을 참 좋아해. 뭔가 신비롭잖아. 틈이라는 단어도, 그 속에 서 있는 나도. 겨울 온도와 봄의 향기가 공존했다가, 어느 때에는 봄의 기운이 막 앞섰다가, 이에 질세라 겨울도 마지막 힘을 내는 모든 것이. 나는 그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게 좋았어.      


 그런데 그 틈에 서 있다 보면 종종 이상한 곳으로도 빠져. 외로움이라던가, 두려움이라던가, 공허함이라던가 그런 불분명한 곳으로. 아무리 혼자서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해도 가끔은 사람의 온기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 솔직하게 사랑이 필요할 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고, 받을 수 있는 위로와 사랑이 있다는 걸 잘 아니까 잊고 있다가도 나는 그 틈에 빠지게 되나 봐.      


 깜깜한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미끄러운 곳에서 발버둥 치다 또 미끄러지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힘껏 소리치는, 눈 감고 뛰는 느낌인 것 같아. 답답하고, 무섭고, 쓸쓸하다가 슬퍼지는 그런 느낌. 누구라도 손을 잡아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없는 곳.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아직은 그 틈이 아주 좁고 얕아서 자주 걸려 넘어지거나, 빠지지는 않아. 그리고 너도 알잖아 나 꽤 무던하고 단순한 거. 그래서 괜찮아. 금방 지나간다는 걸 아니까.      


 또 한 계절이 넘어갈 준비를 한다. 너도 그 틈에 빠지지 말고, 무사히 건너가길 바라.      


겨울과 봄의 틈에서, J가

이전 07화 우리가 다른 출발점에 있더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