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Dear. blank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은 Mar 20. 2024

민낯의 웃음들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Dear. (       )     



 생일 축하해. 외롭지 않은 생일을 잘 보내고 있어? 너,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해도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잖아.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참 어색해하던 네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래서 혼자서 여행도 다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나를 참 신기해했었지. 그런데 너도 알 거야.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러니까 네가 보기에 괜찮았던 무수한 순간들 속에 나도 분명 외로운 적이 있었을 거야. 다만 표현하지 않았거나,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지. 아, 어쨌거나 오늘의 네가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말하고 싶었어.      


 우리가 함께 보낸 생일들이 생각난다. 어딘가 요란스러운 듯하면서도 단란했던 둘만의 시간들. 맛있는 밥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사진을 찍고, 바다를 걷고, 케이크에 불을 켜고, 소원을 빌고, 울컥 벅차오르던 시간. 이 평범한 것들 속에서 우리는 뭐가 그렇게나 행복했을까. 아무런 가식 없이 민낯으로 웃던 그 순간 우리는 몰랐겠지. 그 웃음과 얼굴이 이렇게나 그리워질 날이 올 줄은. 아, 눈시울이 또 붉어진다.     


 너는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어?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더위를 덜 타고,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추위를 덜 탄다는 이야기. 그런 흐름과 비슷하게 나는 태어난 계절과 사람의 기질이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어. 네가 태어난 3월은, 참 아름답지만 안쓰러운 계절 같아. 뭐랄까,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피어나야 하고, 기대에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간이잖아. 그런 면에서는 지금 이 계절이 너와 참 비슷한 것 같아서 나는 가끔 마음이 쓰릴 때가 있었어. 너도 참 괜찮은 척하면서 혼자 애쓰는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마냥 웃는 얼굴을 앞세운 너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네 소식이 끊긴 지도 오래네. 내가 닿지도 못할 말을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남기고 있는 이유는,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지 너무 애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그리고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그러니까 아무 걱정 없이, 어떠한 외로움도 없이 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          



PS. 사실 아주 솔직한 내 마음은, 네가 문득 내 얼굴도 떠올려주면 좋겠어.          



너의 생일을 축하하며, J가

이전 10화 우리는 얼마나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걸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