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떨어진 이에게『선인장호텔』(브렌다 기버슨 글/ 미간 로이드)
사막의 태양은 너무 뜨거웠고 바람은 거셌습니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씨앗이 사막에 까만 씨앗이 떨어졌습니다. 시앗이 떨어진 곳은 나무 그늘 아래, 다행히 나무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건조한 날들이 오래되다가 비가 흠뻑 온 어느 날, 씨앗은 선인장 싹을 하나 쑥 틔워 올렸습니다. 사막의 비와 햇빛과 바람이, 선인장을 키웠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손가락만 했고, 25년이 지나 겨우 다섯 살 만한 아이의 키만큼 자랐습니다.
새들의 보금자리만큼 단단해진 선인장에 도마뱀 무늬 딱따구리가 열매를 먹으러 왔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안전하고 먹이가 많은 선인장에 동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선인장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새들은 알을 낳았고, 사막쥐는 새끼를 길렀습니다. 모두 선인장에 깃들어 살았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맺었습니다. 꿀과 열매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 결국 거센 바람에 쓰러졌습니다.
바람에 쓰러진 선인장 호텔은 여전히 그늘이 되어주고, 낮은 곳에 사는 동물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줄기의 뼈대만 앙상하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는 온통,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선인장 숲이 생겼습니다.
이 가운데 몇은 뜨겁고, 춥고, 비 오고, 메마른 날들을 다 견뎌 내고
또 다른 선인장 호텔이 될 만큼 크게 자라나겠지요.
『선인장호텔』(브렌다 기버슨 글 / 미간 로이드 그림)
『선인장호텔』을 알게 된 지 20년이 된 거 같습니다. 큰 아이와 함께 처음 읽었고, 작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니까요. 그 후로 매년 2~3번은 펼쳐 읽어보는 듯합니다.
늙은 사막쥐의 도움으로 큰 나무 그늘에 무사히 떨어진 까만 씨앗 하나. 그 씨앗이 호텔이 되고 숲에 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보잘것없는 나의 삶이 훗날 큰 숲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씨앗 하나일 수 있다고 도닥여 봅니다.
왜 태어났는지, 내가 무슨 쓸모가 있는지 고민이 될 때마다 펼칩니다. 살아오는 삶의 길 위에 받았던 많은 도움들도 생각해 봅니다.
등 도닥여 주었던 선생님, 손 잡아 주었던 친구들, 함께 울어주던 지인들. 이제는 지나간 인연들이지만, 그들이 나를 키웠구나 싶습니다.
삶이라는 그림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고, 수많은 도움 속에서 천천히 그려지고 있었음을 이제야 압니다.
느리지만 분명히 자라왔고, 견뎌냈던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 내었을 테니까요. 곁에 있거나 있지 않거나, 서로에게 기대어 살았던 시간과 공간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마음 가득 채워봅니다.
제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삶이 끝나기 전에 알게 될 수도, 끝나고 나서 까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저는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한 줄이 누군가에게 닿아 또 다른 씨앗을 심는다면,
그 사람의 '선인장 호텔' 되어 주고 싶고, 다음 시작을 위한 그늘이 되고 주고 싶습니다.
큰 숲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생각하며 이 책을 차근히 읽고, 한 줄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