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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Oct 03. 2021

혼맥의 품격 11

수요일엔 한 잔 맥주를


수요일엔 한 잔 맥주를

수맥(수요일에 마시는 맥주)은 남은 한 주를 위한 작은 격려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반복되는 요일들.
월요일과 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이라 정신 차리기에 급급하다.
술 생각이 나기에 아직 이르다.
목요일은 내일이 금요일이라 그리 나쁘지 않고,
금요일은 불금이라서 좋다.
토요일은 내일이 일요일이니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좋고,
일요일은 진짜 쉬는 날이기에 오후까지는 그럭저럭 기분이 나쁘지 않다.

중간에 낀 수요일은 어중간하다.
월화의 분위기에 맞춰 긴장모드를 연장해야 할까?
아니면 주말을 기다리는 설렘의 시작으로 안심해도 될지 고민하게 된다.

역시 맥주 한 잔이 필요한 순간이다.

직장인 시절에는 월요일 회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멈춰버린 시간을 보내기에 월요일의 음주는 나름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숙취로 화요일 하루를 통 채 잃어야 했고, 더 바쁘고 정신없는 수요일을 맞이해야 했으니 말이다. 왠지 모를 현실도피성 음주라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기에 지금은 월요일의 혼맥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그래도 가끔은 맥주 앞에 무너진다.)

주중 혼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수요일의 맥주. 수맥은 꿋꿋이 한 주의 시작을 잘 이겨낸 의지에 대한 소소한 보상이자, 주말이 다가오는 목요일에 대한 환영의 인사다.

수요일에 마시기 좋은 맥주로는 알코올 도수 5%를 넘지 않는 평범한 녀석들이 좋다. 짧게 즐기고 다시 하루를 맞이해야 하기에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구하기 쉽지만 맛있는, 여러 개를 사도 부담이 없는 국산 맥주 패키지나 편의점 만원 사총사가 최고의 효율을 발하는 순간이다.


수요일 밤을 위한 맥주 추천

◾ 클라우드 CLOUD

한국/롯데칠성음료/5 ABV/필스너

클라우드를 처음 마셨던 그날. 다른 국산 맥주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깊은 맛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을 섞지 않았다는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었던(사실 맥주의 주 성분 중의 하나가 물이기 때문에 조금 이상한 말이기는 하다.) 클라우드는 안주 없이 마셔도 맛있는 대기업 국산 맥주 중 하나다.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6개들이 캔으로 구입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마시기 전 5분 정도 살짝 냉동실에 넣어둔 뒤,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면 입안 가득 짜릿한 느낌에 하루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 라온 위트 에일
한국/핸드 앤 몰트/5.3%/위트 에일

유미 위트 에일 이후 핸드 앤 몰트 브루어리에서 선보이는 밀맥주. 2014년 한국 맥주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이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과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핸드 앤 몰트의 맥주는 언제 마셔도 믿을 수 있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귀여운 패키지보다 과거 심플하고 분위기 있던 때가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나는 이제 꼰대 혼맥러가 다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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