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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an 17. 2024

술을 빚는 맛있는 물이 있는 마을.. 관전동

** 하귀1리  ** 


공항을 출발해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20여 분을 달리면  (구) 제주시의 끝자락 외도동이다.

여기서 보일락 말락 한 조부교를 건너면 애월읍이다. 

다리를 막 건널 때쯤 바닷가가 보이는 오른쪽에는 애월읍이라는 표지석이 있고, 반대편에는 (주)제주막걸리라는 상호가 보인다.


여기가 애월읍의 관문이고 그 첫 마을은 하귀1리다. 

예전 이름은 동귀리, 나이가 많으신 동네 어른들은 군랭이, 관전동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부터 하귀리 마을 중심을 통과하는 고성천까지가 하귀1리다. 행정리이자 법정리인 하귀1리는 관전동, 고수동, 군항동과 1980년대 취락구조로 조성된 안남동과 남주동 5개의 자연마을(가름)로 구성돼 있다.  


원래 이 지역은 고려시대 귀일촌이었다. 그전부터 마을이 있었다 하니 꽤 역사가 깊은 마을이다. 

마을이 커지고 행정구역이 분화되면서 지금은 마을 중심에서 위에 있으면 상귀리, 아래 있으면 하귀리, 동쪽에 있으면 동귀리도 불리고 있다.  


지금은 도시와 농촌, 어촌이 함께 공존하는 마을이다. 도농이 혼재되면서 변화를 향한 잰걸음을 하는 곳이다. (구) 제주시내를 벗어난 농어촌지역으로 제주시에서 제일 가깝고, 공항도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 것 같다.


좋은 물에서 좋은 술이 나온다고 했던 것처럼,
하귀1리에는 술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양질의 용천수가 있다.


하귀1리의 입구에는 (주)제주막걸리와 귀일소주를 빚었던 관전동물이 있다. 


관전동물은 

제주시 외도동과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경계 지점인 해안가에서 나오는 용천수다. 이 산물은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부르는데, 퇴비로 사용되는 모자반 비슷한 해조류인 듬북이 많이 밀려오는 듬북개에 있다고 해서 듬북개물, 바닷가에 있는 평평한 바위에 관에서 관장하던 염전(소금밭)과 관청(官廳) 소유의 땅인 공공농지인 관전(官田)으로 마을이 형성됐고 그 마을에서 사용한 용천수이므로 관전동물,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귀일 소주 공장에서 주조용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공장물이라 부른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고려 충렬왕 때로, 당시 몽골군을 통해서 소주가 도입됐다. 특히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안동과 개성, 제주도는 제조법이 발달했다고 한다. 제주에서 소주생산은 1920년대 지금의 한라산 소주가 있는 한림읍 옹포천 근방에서 생산되던 명월 소주가 최초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산업 불모지 제주엔 조선인이 세운 크고 작은 소주 공장들이 많았다. 대부분 1920년대에 설립됐는데 명월 소주를 비롯한 10여 개소만 파악이 된다고 한다. 한주를 만드는 한일양조장(제주시), 귀일소주(하귀 관전동물), 명월 소주(한림, 월계천), 왕자 소주(서귀포 남원리 고망물), 남일 소주(성산포), 천일 소주(표선)의 6개 소주 업체는 해방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970년대 정부의 '1도(道) 1주(酒)' 정책에 따라 통폐합되었다.  

당시 제주시에 있던 한일양조장(현재 한라산소주)을 중심으로 흡수합병이 되면서 1970년 11월 3일 '제주소주 합동 제조 주식회사'가 탄생하였다. 이로 인해 귀일 소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관전동물(듬북개물)은 물이 귀하던 시절 한 방울의 물이라도 소중히 다루기 위해 네 개의 칸으로 나눠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칸을 나누는 경우 세 칸으로 나누는 데 비하여 네 칸으로 나눈 것은 특이한 경우이다. 첫째 칸은 제사용 또는 식수로만 사용됐다. 첫째 칸을 넘쳐 다음 칸으로 흘러간 물은 채소나 음식을 씻는 물이다. 셋째 칸은 지붕이 있어 목욕 용수로 사용하는 여탕으로 사용되었으며 마지막 칸은 빨래터였다.


현재도 관정동물은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다. 식수로 사용하는 첫째 칸에서 나오는 물은 외견상을 매우 깨끗하다. 주위에는 어떤 안내판도 없다. 관전동물 옆 조부천 하류 바닷가와 맞닿은 부분에는 쓰레기가 듬뿍이다. 바로 옆 펜션은 월파 때문인지 영업을 하지 않는지가 오래된 듯 인적이 끊겼다. 현재 1997년 12월 15일에 개수할 당시 덮었던 슬레이트 지붕은 철거되어서 없다. 

 

2002년 당시 스레트지붕이 있던 모습(고영철 역사교실)
현재의 관전동물의 모습_비교적 보존시설은 잘 되어있다


관전동물의 반대편 길 건너에는 제주 막걸리 공장이 있다.
일주서로와 조부천을 끼고 있어서 선명하게 보인다.


제주 막걸리는 귀일 소주를 만들던 고석찬 씨가 1988년에 설립했다. 

도내 여러 곳에서 분산해 있던 크고 작은 막걸리 양조장을 통합해서 만들었다. 소규모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던 막걸리를 기업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전통 막걸리 제조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효소가 살아있는 제주산 생막걸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주막걸리는 공장 바로 옆에서 직접 끌어올리는 지하수로 막걸리를 만든다. 

35년째 지하 60m 깊이에서 매일 100t 가까운 지하수를 취수하는데 취수량의 80~90%가 탁도 0.1 NTU 수준의 맑은 지하수라 별다른 정수과정 없이 그대로 막걸리 생산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막걸리 공장을 에워싼 10,000여 평의 대규모 토지에 400여 세대의 프리미엄 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공사 중이다. 공사장의 터파기 공사와 발파 때문에 지하수가 흐르는 암반에 영향을 줘 탁도가 심해질지 우려가 되니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법정소송을 벌이기까지 했다.


가끔 힘든 육체노동을 하고 난 후의 막걸리 한 사발은 피로회복제다. 평일에는 당일바리(당일 제조된 막걸리) 막걸리를 마시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생산된 지 2~3일이 지난 잘 숙성된 막걸리를 마셔야 한다.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동네 슈퍼나 음식점에서 파는 게 이렇다. 회사의 정책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당일바리와 제조한 지 며칠이 지난 숙성된 막걸리를 마셔보면 맛이 다르다. 톡 쏘는 맛이 뭔가는 아직 덜 섞여 있는 얕고 신선한 맛이 나는 당일바리에 비해서 숙성된 막걸리는 탁한 맛이 난다. 묵직한 맛이 나는 그냥 막걸리다. 


제주 막걸리는 뚜껑이 2가지 종류다

녹색 뚜껑은 국내산 쌀로 만든 '생유산균 우리 생 제주막걸리'로 제주도내 하나로마트에서만 판매한다.

하얀색 뚜껑은 일반 마트 및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외국산 쌀로 만든 '생유산균 전통 제주막걸리'이다. 

실제로 맛을 보면 조금 다른 것 같다. 


제주막걸리 건물뒤에는 커다란 대규모 공동주택을 건설 중이다


부드럽고 가볍게 넘어가는 상큼한 우유 맛이 나는 제주 막걸리는 제주 유산균이라고 한다. 40여 종의 살아있는 유산균이 담겨 있다. 표지가 핑크색이어서 핑크 막걸리라고도 불리는 제주 막걸리는 저렴한 가격과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그리고 탄산의 청량감이 있어 많이 찾는다. 


막걸리의 유통기간은 짧다. 제주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10일이다. 

때문에 대도시 일부를 빼고는 제주막걸리를 찾아볼 수 없다. 


제주막걸리는 제주에 와야 맛볼 수 있음에 제주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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