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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08. 2024

오름 허리에서 그네를 뛰어 볼 수 있는 수산봉

물레오름을 다녀오다


마을 중심에 서있는 영봉(靈峯), 수산봉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하귀리를 지날때쯤 멀리 보이는 오름을 마주할 수 있다.

수산리 산1-1번지에 있는 흔히 수산봉이라고 부르는 물메 오름이 있다. 제주도 360여 개의 오름 중에 이렇게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인지 물메 오름은 예전부터 많은 수난을 겪고 있다. 지금도 수산봉을 멀리서 보면 하니 오름 정상부가 뚜껑이 열린 모습이다.


122m인 오름 정상에는 동그란 형태의 분화구에 작은 연못이 있어서 물메, 물뫼, 물미 오름으로 불렸고, 정상에 봉수가 있어서 수산봉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오름 전체에는 삼나무와 소나무, 여러 가지 관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동쪽과 남쪽 기슭에는 묘지가 많이 산재되어 있으며, 서쪽으로는 애월읍 충혼묘지가 있다. 무슨 필요에서인지 오름 전체를 에워싼 시멘트 도로가 개설되어 있기도 하다.


수산봉은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던 요충지라고 한다. 인근 도두봉과 고내봉의 봉수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오름 정상부는 절대보전지역과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으로 지정되있다. 오래전부터 아름답고 어질다고 해서 영봉(峯)이라 불렀고, 조선시대 가뭄이 심할 때는 제주목사가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름 곳곳에는 묘지들이 산재해 있다.  


오름 정상에는 오랜 기간 전투경찰 부대가 상주를 하면서 파헤쳐진 아픔이 있었다.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요충지 자리이긴 하나 그렇다고 수백 년이 지난 다음 그곳에 전투경찰부대를 설치해도 된다는 당위성을 준 것은 아니다. 많은 논란 속에 2020년 전투경찰부대는 철수되었으나, 이때 오름 산등성이를 따라서 만들어진 부대로 가는 시멘트 길과 체육시설은 아직도 유물처럼 흉터로 그대로 남아있다.

오름정상에 유물처럼 남아있는 체육시설과 물이 고여있던 작은 연못 자리, 지금은 메말라서 풀만 무성하다.


수산봉은 최근 또 하나의 아픔을 겪고 있다.


전경 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기상청이 기상레이더를 설치한다고 주변 동네가 시끄럽다.

기상용 항공 레이더는 제주공항의 이착륙 항공기 사고를 예방할 목적으로 기상청에서 설치하는 것으로 31.2m의 철탑과 돔 시설이다. 이미 도내 2개의 마을에서 전자파의 위험성과 경관파괴를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서 무산된 시설이다.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물과 뫼가 아름다워서 물메 마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수산리에 설치하게 되었는지는 사실 궁금하다. 수산봉 주변 인근 마을에서 극심한 반대를 했으나 그대로 진행이 되었다. 현재 모든 준비는 끝났고, 전자장비의 설치만을 남겨 둔 상태라고 한다.


올래 16코스의 중심점,
오름 기슭을 따라서 오름 동쪽, 북서쪽, 남쪽으로는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수산봉은 오름 전체가 울창한 해송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나무 사이사이에는 여러 가지 관목들이 뺵빽하게 들어서 있고 그 틈을 비집고 수산봉 오름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는 조금은 경사가 있는 길로, 나무 계단과 매트로 구성되어 있다.


수산봉은 올레길 16코스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구엄리에서 빠져나와서 일주서로를 건너면 바로 수산봉을 접하게 된다. 수산봉 북서쪽에서 난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오름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오름 정상에는 누가 찾아줄까 걱정이 되는 야외 체육시설이 있다. 올레꾼들을 기다리는 듯한 조그마한 정자도 있다. 차 한잔을 마시고 짧은 정담이 어울리는 쉼팡이다. 옆에는 물은 없고 잡초만 무성한 조그만 연못이 있다. 예전에는 물이 마르는 날이 없어서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하던 물이라고 한다. 세월이 무상함을 느낀다.



정자에서 한숨 돌리고 내려오는 길 수산저수지와 한라산이 숲 사이사이로 보인다. 워낙 숲이 무성한지라 숲 사이를 잘 비집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수산봉 허리에는 노송에 의지한 그네가 있다. 

그네에 앉으면 시야를 가로막는 게 없다. 바로 눈앞에 수산저수지와 멀리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네는 비스듬한 위치에 설치돼있다. 그네를 높이 뛰면 마치 저수지에 풍덩 빠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마을을 방문한 체험객들을 위해서 마을에서 준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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