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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an 24. 2024

남아있는 마을의 본색을 찾아서..

하귀1리.. 고수동과 군항동 마을

하귀1리는 일주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마을이 확연하게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북쪽 해안가는 기존 마을 촌락 형태가 비교적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농촌이지만 남쪽 한라산 방향은 하귀택지개발 및 대단위 공동주택건설로 개발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도시다. 


마을의 옛 모습은 일주도로 아래편 관전동과 고수동, 군항동에서 엿볼 수 있다.

막걸리 공장 옆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을 조금 지나면 맞은편에 고등어 쌈밥집하고 투썸플레이스가 나온다. 

두 건물 사이에는 조그만 내리막 마을 안길이 있다. 

그 길에는 차선도 중앙선도 없다. 우마가 다니던 농로를 넓히고 위에 아스팔트를 입힌 정도의 길이다. 

하귀1리의 자연마을 중 하나인 고수동 해안가 마을로 가는 길이다.


길목 동산에 서면 우측으로 시원스러운 동귀 앞바다가 펼쳐진다. 장애물이 하나도 없이 넓게 펼쳐진 풍경이라 탁 트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잠시 서서 감상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싶으나,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라 머물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마을 안길을 지나서 동귀포구까지는 걸어도 좋다. 

좌우로 펼쳐지는 마을의 옛 모습을 보면서 잠시 좌우로 한눈을 팔면서 걷다 보면 금방 포구에 다다를 정도의 거리다. 사실 마을 안길도 마주 오는 차가 있을 때는 멈추고 지나야 할 정도의 좁은 길이다. 주차장이 없어서 길가 주차가 많은 곳이라 초행길 운전자는 조심조심 가야 한다. 사람이나 우마가 이동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고부랑길이다. 집과 밭 사이로 길을 만들다 보니 급커브도 많고 길의 폭도 좁다. 그래서 차라리 걷기를 권장한다.         

 

마을안길 입구와 옛 원형이 남아있는 마을 안길들



마을 입구를 들어서면 오래된 팽나무와 그 아래 댓돌(쉼팡)이 나타난다. 

제주의 마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마 아주 오래전 이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웃고 떠들던 만남의 장소일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모여서 동네방네 이야기를 하고 서로 정담을 나누었을 것이다.  


발길을 잠시 골목 안으로 돌렸다. 이 팽나무의 주인들을 보고 싶어서다. 팽나무가 있는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대문도 열려있고 관리상태가 부실한 빈집이다. 제주 전통가옥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안팎 거리 집이다. 집은 새마을운동(?) 시기 개량을 한 듯한 슬레이트 지붕이고 외벽은 벽돌로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다. 문과 문틀은 현대식 새시창이다. 좁은 골목이지만 길은 깊고 옆에는 집들이 연달아 서 있다. 10여 가구가 족히 넘을 것 같다. 골목에 집들은 울담으로 경계를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동네 사람들은 식게가 끝난 한밤중에 이 울담 너머로 떡반을 돌렸을 거다.     

 

팽나무가 있는 마을 안길

지금 가는 길 도로명은 하귀 2길이다. 

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잠시 돌리면 탁 트인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닷가가 지척에 있다. 중간중간 장애물이 없고 농경지만 있는 곳에서는 바닷가가 훤히 보인다. 주위에 건물들은 바닷가를 화폭에 담은 액자의 틀일 뿐이다. 하귀1리의 주요 농산물은 쪽파와 부추다. 근처 대부분의 밭에는 쪽파 농사를 하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 이렇게 평편하고 넓은 밭이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돈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멋들어진 건물을 올렸을 법한데 여기는 예전 그대로다. 아마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토지주들이 땅을 팔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실제로 자연 해안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 

 


길가에는 대부분 단층집, 오랜 세월을 견딘 허름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집들이다. 초가집에서부터 슬레이트집, 슬래브집까지 제주의 농촌을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을의 모습이다. 길은 가다 보니 중간쯤에는 마을의 스카이라인을 깨는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 하나 잘났다고 우뚝 솟아서 스카이라인을 가리지도 않고, 마을의 평온함을 깨뜨리지도 않는다. 


제주의 울타리는 돌담이다. 울담이라고 부른다.

집 외벽도 돌담인 집들이 많다. 타지 사람들이 많이 탐내는 돌담집이다. 해안가라서 그런지 돌담 울타리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몽돌도 꽤 보인다. 울타리는 산간지대보다는 꽤 든든하고 높게 쌓았다. 제주 어디를 가도 있을 법한 집들인데 이러한 모습을 가진 동네에서 예전 모습을 그대로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다.  

마을안..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주택들


변화의 바람을 타고.. 이곳에도 사람이 모인다.


요즘 제주의 농가는 나오는 즉시 팔린다고 한다.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다. 

제주의 농가는 친자연적이고 가족적이다. 제주의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되고 만들어졌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있기에 외관을 살리고 내부를 개조해서 그대로 살림집을 하거나, 상업용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이 마을에도 농가를 개조한 카페와 숙박시설들이 즐비하다. 길을 걷다 보면 왠지 이쁘다는 감정이 다가온다. 특색 있다 하는 건물에는 조그만 입간판이 걸려있다. 외관을 그대로 두고 예쁜 색과 예쁜 돌담으로 분위기를 바꾼 곳들이 많다. 튀는 간판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상호가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제주의 분위기, 기존 마을의 분위기를 많이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거리에는 민박이 제일 많다. 가끔 카페가 보인다. 농어촌 민박은 주인장이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러기엔 제주의 전통가옥 구조인 안거리, 밖거리가 있는 집이 제격이다. 한 채는 주인장이 살고, 한 채는 손님에게 빌려주는 형식이다.  

농가를 개조해서 상업용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얼마를 걷다 보면 포구가 나온다.  

삼별초의 전초기지였던 군냉이 포구, 동귀포구다. 이 주변을 군항동이라고 부른다.


포구는 여러 번의 정비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정비를 하면서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옛 포구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조그만 선착장만이 유일하다. 지금은 밖으로 대규모 방파제를 하고 포구를 만들었다. 선착장에는 어선, 보트, 요트들이 수두룩하게 정박해 있다. 어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에는 포구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3층의 현대식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제주지역 로컬 브랜드인 커피숍이다. 바로 바닷가를 끼고 있다. 3층에서 보는 바다뷰가 일품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는 차가 빼곡하다. 


포구 주변은 군항동의 옛 모습이다. 오래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어른 봐도 풍파에 견뎌온 세월을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의 구옥들이다. 거의 단층 구조로 외거리나 안팎거리 형태의 집들이다. 마당을 둘러싼 돌담이며, 지붕, 집들의 모습과 구조가 제주스럽다. 그 집들 사이를 뚫고 나오는 구불구불 동네 어귀 길도 다정하다. 

이 동네 길을 돌고 돌다 보면 다시 포구가 나온다. 

그때쯤이면 제주의 마을의 주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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