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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13. 2023

[ 기다림과 여유로움..](2) 석촌호수 북카페에서

[ 2020. 1. 8일 작성했던 글을 정리해서 옮겼습니다.]


호수 산책로를 따라 반쯤 걸어오니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찻잔과 안락의자가 보인다. 따뜻하고 편안할 것만 같았다. 아마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쉼터인 듯싶다. 


"들어가서 차 한잔하고 갈까?  추위도 녹이고.." 내가 제안을 했다.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쉼터 안은 몇 개의 테이블과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이미 몇몇 무리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별 대화도 없이 찻잔을 앞에 놓고 있다. 우리도 바깥 풍경과 사람들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동전을 챙기고 커피자판기에서 카페라테 한잔을 뽑았다. 찻잔에 손을 가져다 대기만 해도 이내 온기가 온몸으로 전해온다.


“ 아! 따뜻해..” 우리 부부는 동시에 기쁜 감정을 내비치고 말았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포근할 것만 같은...


어느 정도 몸을 녹이고 여유가 생기자 쉼터 안을 쭉 살펴봤다. 자판기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2층에서는 호수가 더 잘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기웃기웃 2층으로 올라갔다.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북카페였다. 꽤 큰 면적이고 넓은 창가로 석촌호수가 훤히 보인다. 1층보다는 훨씬 전망이 좋을 듯해서, 아내를 2층으로 불렀다. 우리는 마시던 카페라테 한잔을 앞에 놓고, 석촌호수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자리했다. 의자가 편안해서 좋았다. 잠이 올 정도로 편한 마음이 이내 밀려온다. 이게 순간의 행복인 것 같다.


 우리는 “좋다”라는 한마디 말을 남긴 채 오랜 침묵모드로 들어섰다.

        

북카페의 공기는 매우 따스했다. 추워서 굳고 찌푸렸던 얼굴, 긴장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을 앞에 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보니 더욱더 그러하다. 이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왜 읽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는 않다. 단지 이 순간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이들의 여유가 부럽다. 실제로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은 더욱더 여유롭고 풍성할 것이다.



             석촌호수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북카페는 두 칸으로 나눠져 있었다. 옆칸 둥그런 원형 탁자에는 노란 꽃병을 가운데 두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내외가 열심히 독서 중이다. 백발이 될 정도의 긴 삶을 살았으면 세상의 이치를 알만큼은 알았을 거고, 깨달았을 것 같은데 또 어떤 부족하고 알고 싶은 것이 있기에 책을 읽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새삼 고개가 숙어지기도 한다.




지금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이들은 다 중년을 넘어선 듯하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을 알면 알수록 부족한 게 많아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중년 고개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한 번쯤은 중간 정리를 하기 위함인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조용한 북카페의 정적을 깨뜨리는 대화 소리도 들려온다.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났는지 반가움의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말로 들려주는 사람 책이다.


“그래, 그래.. 그렇구나!! ”


언뜻언뜻 들리는 대화로 판단했을 때 이들은 친한 친구로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 것 같다. 그런데 왜, 대화가 가능한 1층 카페를 두고 조용하게 사람들이 책을 읽는 북카페에서 고요함을 깨뜨리고 있을 것일까? 지금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회의 이런 사소한 규칙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북카페라는 의미를 모르고 카페라는 의미만 알고 있는 걸까? 사뭇 궁금해지기도 할 때 이들은 여전히 잡음을 내면서 사라진다.



          마음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간직한 이들..


책을 앞에 두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분도 보인다. 카페의 온도가 따스해서 잠을 부르기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앞에 놓인 책은 좌우가 비슷비슷한 상태다. 그럼, 여기 온 지도 한참이 되었고, 책도 반 이상을 읽었다는 것이다. “ 설마 책의 내용에 무한 공감을 표시하는 것, 아니면 오늘 머리에 소화한 지식의 무게가 무거움 때문?” 순간 나의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간다.


사정과 경우야 어쨌든 많은 사람이 오가고, 웅성 데는 이 시각 서울 한복판에서 차 한 잔과 한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여유로움인지, 또한 보는 이들에게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주는지 거듭 감사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쉼터를 나섰다. 밖은 여전히 추웠다.


오늘 하루 마냥 춥고, 지루할 것만 같던 기다림의 시간을 우연히 만난 따스함과 여유로움으로 채웠다.  


아직도 큰애가 시험이 끝나고 집에 올 시간까지는 꽤나 많은 기다림이 필요 할것 같다.   

 


                       2020. 1. 8일     [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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