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음식의 6가지 맛 중에서 담담한 맛, 쓴맛, 신맛 이상 3가지는 현대인에게 부족하므로 좀더 먹어야 하고, 짠맛과 단맛 그리고 매운맛 이상 3가지는 우리가 너무 즐겨먹는 탓에 많이 줄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맛에 대한 글은 이번이 마지막인데요. 6가지 맛 가운데 제가 가장 주목하는 1가지에 대해 부언하고자 합니다.
제가 덧붙여 설명하려는 맛 1가지는 매운맛입니다. 매운맛은 현대인의 입맛을 특징할 정도로 선호되고 있지요. 우리나라 역사 이래로 지금처럼 매운맛을 탐닉하던 때는 없었습니다. 매운맛을 대표하는 작물인 고추가 16세기 후반에 보급되어 그 재배가 일반화된 것이 불과 18세기이니 우리나라에 매운맛의 역사는 길지 않은데 이처럼 짧은 역사를 지닌 매운맛이 현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매운맛이 한국인의 입맛을 가장 크게 지배하는만큼 질병에 있어서도 매운맛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제가 매운맛을 주목하게 된 이유도 임상에서의 경험 때문인데요. 안구건조증 환자들을 진료함에 있어서 매운맛을 완전히 차단시키니 열에 아홉은 의료의 도움 없이도 치유되는 것을 목격해섭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결과에 다른 질환의 환자들도 매운맛 섭취를 차단시키니 건조성, 열성, 염증성 질환 경우에 호전 반응을 보이더군요.
건조성 질환과 열성 질환 그리고 염증성 질환은 현대인에게 많은 병증인데 이러한 질환이 요즘 사람들에게 많음은 매운맛을 탐닉하는 습성과 무관치 않습니다. 매운맛으로 체액이 마르면 몸이 건조해지고, 열이 발생하며 염증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병증을 지닌 환자는 매운맛부터 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치료하면 치유 기간이 매우 길어집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셈이니까요.
사실 매운맛은 미각味覺이 아닙니다. 통증 자극이지요. 혀에 가해지는 통증을 우리는 매운맛으로 느끼는 겁니다. 그럼에도 현대의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입맛이 된 것은 놀랍게도 단맛 때문입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단맛의 탐닉은 항상 매운맛을 부르기 때문이죠. 단맛을 과잉 섭취하면 몸속 체액이 정체되는데 매운맛이 정체된 체액을 말리면서 풀어줍니다. 단맛으로 이완된 조직을 매운맛의 통증 자극이 긴장시키고요. 따라서 단맛을 많이 먹을수록 이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우리 인체는 매운맛이 땡기게 만듭니다.
매운맛의 선호는 그만큼 우리가 단맛을 탐닉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매운맛으로 몸이 건조해지고 긴장되면 그러한 건조와 긴장을 해소하고자 또 단맛을 찾게 되고요. 이처럼 단맛과 매운맛은 악순환의 굴레를 만듭니다. 단맛과 매운맛이 결합된 매콤한 맛은 이러한 악순환의 굴레로부터 비롯된 맛이지요. 이에 매운맛을 줄이려면 단맛을 절제해야 하고, 단맛을 차단하려면 매운맛을 멀리해야 합니다. 단맛과 매운맛의 굴레만 벗어나도 자연 치유되는 질환이 적지 않음을 명심해 주세요.
제주 관자재한의원 특진의 손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