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06화

스티브 잡스와 견과류 신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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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채식을 강조하는 한의사입니다. 신념을 지닌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환자에게 치유될 때까지만 채식을 권합니다. 제 치료법이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주목 받아 채식인의 진료도 자주 하지요. 그런데 채식인이 내원하면 동일한 질문을 던집니다. “채식한지 오래되었는데 왜 아플까요?”


채식인의 질병은 육식하지 않아 생긴 것이 아닙니다. 당분 탓인 경우가 많지요. 육류를 금한 대신 ‘설탕’을 선택하는, 보상 심리 때문입니다. 아울러 ‘견과류’ 섭취를 점검합니다. 견과류도 채식인의 보상 심리를 자극하거든요. 채식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한다며 견과류를 과다 섭취하는 채식인이 적지 않습니다.


견과류에 대한 경계는 체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 자신의 체질 문제를 해결하고자 견과류를 약 삼아 매일 먹었더니 목 주변에 지방종이 여럿 생기더군요. 견과류를 차단하고, 지방 분해하는 한약으로 치료했는데 그 후로 견과류가 건강에 무조건 좋다고 믿는, ‘견과류 신화’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식물성 지방도 과다 섭취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체질적으로 몸이 습(濕)한 사람, 체액 순환이 어려운 사람,소화기 약한 사람은 특히 그렇습니다. 견과류에 풍부한 지방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지나칠 경우 체내에 노폐물로 쌓여 건강을 오히려 해치지요.


그런데 견과류에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함유된 지방이 쉽게 산패(酸敗)됩니다. 견과류의 두꺼운 껍질은 풍부한 지방이 산패되지 말라는 자연의 배려이지요. 인위적으로 껍질이 제거되어 그 배려가 무시된 견과류는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금방 산패됩니다. 산패된 견과류에 생기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은 발암(發癌) 물질이지요. 절대 먹어선 안됩니다. 과거 영국에서 사육하던 꿩 수만 마리가 갑작스레 죽었는데 산패된 견과류를 사료로 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홍삼 신화’의 대표 피해자로 정조 임금을 언급했지요. ‘견과류 신화’에도 유명 피해자가 있습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그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것은 식사로 매일 먹었던 견과류 때문입니다. 산패된 견과류의 아플라톡신이 췌장암을 일으킨 것이죠. ‘견과류 신화’에 따라 맹신한 음식이 산패 문제로 흉기가 되었습니다. 가족력 없는데 소화기계에 암 발병한 환자에게 저는 산패된 견과류를 먹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견과류 신화’에서 벗어나세요. 견과류는 먹기 전에 산패 가능성부터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껍질째 유통되는 견과류를 구입해서 직접 까먹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요. 그리고 산패되지 않은 견과류일지라도 지나치게 먹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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