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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바이브 Sep 29. 2023

엄마 아빠! 나 TV 나왔어

나는 니가 망할 줄 알았어



소품샵 사장으로 사는 동안 나도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면서 한편으론 부끄러웠다. 내가 뭐라고. 이 작고 허름한 소품샵을 운영하는 내가 타인의 로망이 될 수 있다니. 만약 바다가 보이는 공간이었다면, 숲 속 한가운데 있는 동화 같은 집이었다면 사람들은 나를 더 부러워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처음엔 스팸 전화인 줄 알았다. 자신을 방송작가라 소개하며 제주바이브를 섭외하고 싶단다. 나에게 인터뷰도 짤막하게 응해줄 수 있는지를 묻길래 이게 실화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언젠가 제주바이브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도 보내고, 매장 방문까지 했던 분이 제주바이브를 추천했다 한다. 본인이 직접 창작한 캐릭터로 굿즈를 만들고, 나처럼 소품샵을 운영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 ‘H’


청년 작가들을 위해 제주도에서 마련한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활동 중이라고 했다. 제주 입도를 꿈꾸는 청년 작가들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KBS 제주 채널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 방송 기획의도였는데, 주인공이 H였다. 처음에는 ‘내가 방송 출연?’이라는 생각에 민망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나의 능력치 안에서 어느 방면으로든 H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제주바이브를 알아봐 준 H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기에. 


제주바이브 돌벽 틈으로 찬바람이 스산하게 스며들던 2021년 12월 초. H와 나, PD님 이렇게 3명이 함께 유쾌한 촬영을 했다. 


인터뷰 분량이 많지도 않고 모두가 알 법한 쉬운 내용이었다. 근데 막상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다 생각하니 자꾸만 의식이 되고 긴장해서 말이 빨라지고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흡사 래퍼 같았을지도 모른다. 웃긴 건 그 와중에도 나는 오른쪽보다 왼쪽 얼굴이 나은데, 실물보다 훨씬 뚱뚱하게 나오면 어떡하지, 지금 조리 있게 말을 잘한 걸까, 이렇게 해도 다 편집되겠지?등등 온갖 잡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찍고 있는 와중에 결과물이 궁금해지는 지경. 매장 정리를 미리 했지만 방송에서 너무 너저분하게 보일까 봐 걱정도 많이 됐다.


그렇게 짧고 굵은 촬영을 했고 편집을 거쳐 2021년 12월 9일 KBS 제주 <탐나는 제주>에 방영되었다. 

촬영은 비교적 간단했고 PD님의 편집 기술로 예쁜 앵글이 나왔다. 


평소에 지인들이나 다른 사장님들이 TV에 나오면 “와 대단해” “어쩌다 촬영이 성사됐을까?”, “평생 못 잊을 즐거운 경험이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신기해!” 이런 생각들을 해왔는데 막상 나의 일이 되니 그 흔한 SNS 자랑조차도 머쓱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생에 한 번 있기에도 힘든 일이라서 카카오톡 가족 채팅방에 방송 영상과 간단한 히스토리를 올려 자랑했다.  


H에게 참 고맙다. 나도 아직 부족한 사장인데 나를 본보기 삼아 본인만의 꿈을 그려 나간다니. 그리고 이 경험을 계기 삼아 H처럼 재능이 많은 작가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는 일들을 추진하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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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중파 입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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