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바이브 Sep 07. 2023

역병과 함께 인생 첫 자영업 시작

나는 니가 망할줄 알았어 



2020년 3월 30일. 제주세무서에서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제주바이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사실 그때의 기분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의외로 매우 덤덤했고 한편으론 묘했던 것 같다. 내가 사업이라니. 내가 자영업자라니. 사람일 한 치 앞을 알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매일 했던 것 같다. 


사업자등록증을 한 손에 꼭 쥐고 벚꽃 만개한 전농로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벚나무를 배경 삼아 사업자등록증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인증샷을 찍어 가족들에게 전송했던 그날. 정말 쉽고 간단하고 빠른 속도로 사장님이 되었다. 그 이후로 누군가가 나에게 사업을 하네, 자영업자가 되었네, 대단하네 어쩌네 얘기를 할 때마다 세무서에 가면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다고 고민만 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대책 없는 추천을 하곤 했다.


2020년. 오픈을 한창 준비하던 그때 코로나가 등장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우리의 일상에 많은 제약과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2020년 1월에는 불과 몇 달 후 떠날 해외 가족여행을 계획했었으니까. 물론 코로나가 점차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비행 스케줄이 취소되었고 전액 환불을 받고 여행은 무산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2020년 4월 제주바이브를 갓 오픈한 내 속마음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내 나름의 분석과 예측도 있었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쉽고 편하게 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국내여행이 활성화될 것이고, 단체보다 개인이나 소수의 여행이 트렌드가 됨에 따라 제주는 더욱 사랑받을 것이라는. 그 영향은 나에게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정도의 논리라고나 할까. 


물론 코로나는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졌다. 재택 근무자가 점차 늘어났고, 노트북과 핸드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조건이 되면서 20~30대 손님들이 제주여행, 제주살이를 도전했다. 지인들도 ‘코시국’에 가장 많이 제주를 찾았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와서 오래 머물다 가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나도 불안하지만 외롭지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줄곧 장사가 엄청 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속 이어 가는 게 괜찮을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지인들의 방문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도움이 되었다. 상품 진열장을 채우고 메말라가는 통장을 적셔가며 2년을 버텼다. 특히 서울에서의 삶이 제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전 회사 선후배, 동료들이 많이 찾아 주었다. 나의 인복을 또 한 번 체감했다. 


마스크 필수 착용, 손소독제 사용, 수기와 QR 코드로 방문기록을 챙겼던 그 시절이 아주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작고 좁은 매장에서 약 3년간 코로나와 싸웠다. 결론은 나의 승리!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후후)



-





이전 02화 제주도에서 뭐하고 먹고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