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바이브 Sep 07. 2023

제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나는 니가 망할 줄 알았어


소품샵 사장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

“이거 다 사장님이 만드신 거예요?”


하하하. 처음에는 내가 다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노력했고 실천했다. 솔직히 다 잘하는 작가이자 사장이고 싶어서 설령 타인이나 업체에 제작을 맡기더라도 기획만큼은 내가 하길 원했다. ‘제주바이브’라는 이름만 들어도 ‘제주스러운’, ‘제주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방문을 했을 때 예상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길 바랐다.


제주바이브의 인지도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에는 혼자서 열심히 달리면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나만의 결과물로 상품 진열대를 채우기에도 체력과 시간이 충분했다. 영업이 끝난 후에는 부자재를 사서 키링을 조립하고, 밀랍을 끓이고 녹여 초를 만들고, 레진으로 액세서리를 만들었으며, 조개를 걸고 붙여 미니모빌을 만들었다. 조금 어설프고 어색해도 소소하고 유니크한 결과물을 상품으로 완성할 여유가 있었다. 그걸 알아봐 주는 손님이 있을 때마다 뿌듯했고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제주바이브가 점점 알려지고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판매 속도와 제작 속도의 갭이 커져만 갔다. 손님이 찾는데 재고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혼자서 아르바이트생, 직원, 사장, 창작자의 역할을 다 소화하려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고, 작고 좁은 매장 곳곳에 점점 여백의 미가 생겼다.

고민이 많아질 때쯤 마치 신이 내게 소개해준 인연처럼 능력과 센스를 모두 겸비한 핸드메이드 작가분들이 나타났다. 기회를 확 잡았고 몇 년 동안 꾸준히 도움을 받고 있다. 지금도 제주바이브를 찾게 만들고 돋보이게 하는 히트상품은 능력자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핸드메이드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질문

“사장님 ㅇㅇㅇ은 없나요?”


소품샵, 잡화점 등의 소매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포인트가 ‘핸드메이드 상품’과 ‘공산품’의 입점 비율일 것이다. 처음에는 제주바이브의 판매상품 70~80%가 핸드메이드였고 내 기준에 유치하고 톡톡 튀는 컬러감의 공산품은 배척했다. 입점 의뢰가 와도 정중히 사양했고, 시장이나 대형샵에서 자주 보는 흔한 제품은 더더욱 지양했다. 근데 지금은 이마저도 현실과 적당선에서 타협했다. 예를 들어 귤모자라던가.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처음부터 콘셉트가 명확하고 판매 상품의 카테고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면 마이너 한 취향만 고집하지 않는 게 좋다. 취미생활이 아니다. 생계 수단이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당장 다음 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라면, 

생계형 사장이 아닌 자기만족형사장으로서 어떤 콘셉트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



-




이전 05화 영업과 휴무도 낄끼빠빠 - 자영업 그것은 무엇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