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그대도 모르고 저도 모르던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물 새듯 감정이 흘러나가는
작은 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는
물방울이 벽지를 적셔
곰팡이를 피우듯
조금씩 새어나간 감정이
어두운 계곡을 만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를 가두어 버렸어요.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없고
서로의 상태를 볼 수 없으니
우리의 대화는 어색했고
우리의 감정은 방황했죠.
긴 시간 함께 했던 우리는
작은 틈으로 영원히 빠져나가
돌아오지 못한 감정들을
보내주었어요.
끝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단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