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틈새

by 늘 하늘

끝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


그대도 모르고 저도 모르던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물 새듯 감정이 흘러나가는

작은 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는

물방울이 벽지를 적셔

곰팡이를 피우듯


조금씩 새어나간 감정이

어두운 계곡을 만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를 가두어 버렸어요.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없고

서로의 상태를 볼 수 없으니

우리의 대화는 어색했고

우리의 감정은 방황했죠.


긴 시간 함께 했던 우리는

작은 틈으로 영원히 빠져나가

돌아오지 못한 감정들을

보내주었어요.


끝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단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예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