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먼지를 들춰내니,
오랜 시간 잊고 살았던
작은 철제 상자가 있었죠.
지난시절 잊고 지냈던
저의 마음을 담아둔
비밀스런 낡은 상자예요.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들
그리고
묵혀둔 오래된 사랑이 들어있죠.
색 바래 누렇게 변해버린
하얐던 편지지 위에
검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
담은 오래된 사랑은
세월이 흘러 결국,
구름 속 어딘가로 멀리
떠나 버렸는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네요.
그런데요,
꾹꾹 눌러쓴 사랑은
색 바랜 편지지처럼
옅어졌지만,
그 자국만큼은 여전히 선명해서
손끝으로 읽을 수 있어요.
그때, 당신이 준 편지를 읽고
빗속을 걸어갔다면,
지금처럼 그리워하며
그댈 그리지는 않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