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폭은 컸다.
걸음걸이도 빨랐다.
우리가 손이라도 잡으면
너는 끌려오듯 따라왔다.
네 보폭은 그만큼 작고 느렸다.
너는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걸 좋아했다.
나는 그렇지 못했고.
우리가 카페라도 가면
나는 빈 잔으로
너는 가득 찬 잔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난 그만큼 카페가 어색했다.
보폭을 줄이고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다른 걸 맞춰 거리를
좁히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넌 처음부터
제짝인 양 딱 맞는 것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우린 서로 다른 의미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